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보난자


중세 봉건시대가 저물어가던 유럽의 15세기. 생활 수준과 경제가 나아지면서 금속화폐 수요는 늘어났지만 화폐주조에 쓸 금과 은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배를 타고 바깥 세상에서 금은을 가져올 수 있다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콜럼버스 등 수많은 탐험가들이 무장병력을 태우고 목숨을 건 뱃길 개척에 나선 이유다. 이들은 잉카·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리고 온갖 금은보화를 빼앗았다.


△멕시코는 1848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져 텍사스·뉴멕시코·네바다·콜로라도·애리조나·유타 지역 등 영토의 절반 이상을 빼앗겼다. 스페인에서 독립한 뒤 북쪽 변경의 불모지인 텍사스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인 이주를 장려했던 게 화근이었다. 그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사금이 발견돼 인구가 2년 만에 9만명, 6년 만에 30만명으로 불어나는 골드러시에 불을 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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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뒤 대박의 영어 표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입장을 정리했다. 공식회담 등에서는 보난자(bonanza)를, 대중적인 자리에선 잭팟(jackpot)으로 번역하겠다는 것이다. bon(좋은·착한)과 -anza(움직임·효과)가 결합된 보난자는 스페인어로 '(바다 등이) 잔잔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선주와 뱃사람·무역상에게 잔잔하고 순풍이 부는 바다는 생계를 꾸려가고 간혹 큰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유럽의 침략사가 녹아들면서 노다지·벼락부자 등으로 확장됐다.

△박 대통령의 대박론은 비관적 전망과 무관심의 늪에 빠진 통일 이슈를 다시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최근 몇몇 국내 연구자들은 북한에 변고가 생겨 정치적 통일이 앞당겨지더라도 상당기간 남한과 다른 화폐·복지·임금이 적용되는 경제개발행정특구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신기루 같은 대박론보다는 합리적인 통일론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워 국민과 주변국의 동의를 구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임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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