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와 동거 안했어도 육아휴직 급여 줘야"

법원 "실질적 양육 여부가 지급 기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와 떨어져 살았더라도 육아휴직 급여는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은 아이와 함께 살며 직접 양육하지 않는 경우 육아휴직이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정모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반환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관련기사



2011년 1월 아이를 출산한 정씨는 같은 해 4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했고 그 동안 매월 81만6,000원, 총 972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두달 동안만 아이를 직접 키우고 나머지 10개월간은 어머니에 맡긴 채 남편과 함께 멕시코에 거주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노동청은 2011년 6월부터 수령한 육아 휴직 급여 807만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고 정씨는 이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14조는 부모와 아이가 동거하지 않을 경우 육아휴직이 종료되며 이 사실을 7일 이내 사업장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이를 직접 데리고 살면서 키우지 않는다면 굳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아이 양육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청은 "육아휴직 급여는 육아휴직으로 근로제공의 기회가 단절된 근로자에게 생계비의 일부를 지급해 직접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원고가 아이와 함께 살지 않은 기간 동안 받은 육아휴직 급여는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 받은 돈이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씨 측은 "아이와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양육에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내고 있는 등 실질적 양육을 했기에 이 사건 처분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육아휴직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양육이 주된 목적이고 이때 양육은 직접 아이와 동거하며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함께 살지는 않더라도 가족에 맡기는 방법으로 아이를 기르는 실질적 양육도 포함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가 해외에 거주한 기간 동안 아이와 동거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기간 동안 남편 명의의 체크카드를 어머니에 줘 아이의 병원비 등을 결제하도록 한 점, 아이 양육에 필요한 분유, 기저귀 등의 물품을 원고가 직접 구입해 어머니에 보내고 양육에 필요한 돈도 수시로 보낸 점 등을 볼때 어머니를 통해 실질적 양육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단순히 동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이 종료됐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됐던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육아휴직 기간 중 일시적으로 부모 등에 아이 육아를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이 역시 육아휴직이 종료되는 결과가 된다"며 "이 조항은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영유아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