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가 아니라 '어떻게' 우승하느냐가 관심이다.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마침내 올림픽 2관왕 달성을 향해 출격한다.
이상화는 11일 오후9시45분(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빛 레이스'에 나선다. 디펜딩 챔피언 이상화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녀의 눈은 또 하나의 금메달을 보고 있다'고 전망했을 만큼 이번 대회 전종목을 통틀어 독보적인 우승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사실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화는 경쟁자들인 예니 볼프(독일), 왕베이싱(중국), 올가 팟쿨리나(러시아), 헤더 리처드슨(미국) 등과의 순위 싸움보다는 기록으로 더 큰 관심을 모은다. 이상화는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1·2차 레이스 합계 76초090의 기록으로 2위 볼프(76초140)에 단 0.05초 앞서며 간발의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엔 2위와의 차이를 더 벌릴 것으로 기대된다.
소치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빙속 단거리에서 신기원을 열었다.
한 해 동안 500m에서 무려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월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으로 단숨에 0.14초를 줄여 세계기록 행진을 시작하더니 2013-2014시즌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는 현재의 기록인 36초36을 찍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37초 벽을 넘지 못했던 여자 500m 기록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상화 혼자서 0.58초나 줄인 것. 이상화는 약점으로 꼽히던 스타트를 보완하면서 '무결점 여제'로 거듭났다.
강한 하체 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속도를 자랑하는 그가 이달 초 열린 월드컵 4차 대회(독일 베를린)에서 첫 100m를 10초20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맹훈련을 통해 체중을 3∼4㎏ 줄이고 근력을 키우면서 초반에 치고 나가는 능력이 좋아졌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연습 때) 첫 100m 랩타임이 10초10 대까지 나오면서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최근 인터뷰에서 "월드컵 대회에서 완벽하게 레이스를 할 때도 있었지만 실수할 때도 있었다. 첫발을 내딛을 때 실수가 잦다. 그것만 실수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레이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가 좋지 않아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지만 출발 실수만 없으면 완승으로 장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왕이면 세계신기록 우승을 노리는 이상화에게는 희소식이 있다.
경기가 열리는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이 대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0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5,000m와 여자 3,000m 우승자 스벤 크라머르와 이레너 뷔스트(이상 네덜란드)의 기록이 비슷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장거리와 단거리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상화 본인도 "빙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100%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이상화가 특유의 파워와 자신감으로 다시 신기록에 도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