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일임형 랩 웃고 자문형 랩 울고

■ 코스피 최근 3년 박스권 장세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고수익 1년새 규모 10% 늘어 70조 육박

ETF·펀드·해외랩 등 상품도 다양

2011년 '차화정' 열풍때 대거 손실… 투자자 신뢰 잃으며 시장 위축

4년새 9조대서 2조대 급감


코스피지수가 최근 3년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와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가 직접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일임형 랩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익률과 상품 다양화로 자금을 끌어모은 반면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되는 자문형 랩은 지난 2011년 대거 손실을 낸 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갈수록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랩어카운트란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합성어로 한 계좌 내에서 여러 금융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상품을 말하며 증권사가 운용하는 일임형 랩과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되는 자문형 랩으로 나뉜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일임형 랩 총 잔액은 69조1,567억원으로 1년 전 62조8,594억원 대비 10.01% 늘어났다. 지난 2011년 4월 48조2,692억원이었던 일임형 랩 잔액은 최근 3년간 꾸준히 규모를 키우며 70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일임형 랩이 인기를 끄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증권사 랩 운용본부가 자체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고객 자금을 굴리며 좋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이 올해 1월 출시한 '대신밸런스리서치셀렉션랩'의 연 환산 수익률은 10.32%다. 이 상품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와 경제연구소가 선정한 핵심 우량주에 투자한다. 고배당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 랩-고배당주'도 최근 6개월 수익률이 7.3%에 이르고 우리투자증권의 '중소형주 랩어카운트'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22%에 달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0.21%)을 크게 웃돈다.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국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 투자하는 ETF랩,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랩, 해외 종목에 투자하는 해외랩까지 다양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1월 선보인 '아임유 랩-한국밸류펀드'는 가치투자로 유명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4개 펀드에 분산투자하는데 연초 이후 155억원이 유입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손실 난 펀드의 수익률을 전문가가 맡아 개선해주는 '신한명품 오페라 펀드랩'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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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한 랩 상품을 구비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형 가입자를 위한 퇴직연금 모델포트폴리오(MP)랩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외 지역 여러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정기적으로 편입 펀드를 교체해 안정적으로 고객 퇴직금을 관리하고 있다. 2010년 첫 출시 이후 2,390억원이 판매됐다.

최소 가입금액 기준을 낮춘 점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다. 보통 랩어카운트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3,000만원이지만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4월 최소 가입금액이 30만원인 '셀프초이스 랩'을 출시해 문턱을 대폭 낮췄다.

반면 자문형 랩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 자문형 랩 잔액은 2조3,369억원으로 1년 전 3조4,570억원보다 32.4%나 줄었다. 전성기였던 2011년 5월 말 9조1,824억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자문형 랩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것은 2011년 상반기 대거 손실을 낸 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은 자문사가 투자 종목에 대해 조언하면 이를 판매한 증권사가 매매만 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에 집중 투자했다가 이들 종목이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낸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문형 랩이 2011년 하락장에서 코스피 하락률의 2배에 이르는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크게 신뢰를 잃었다"며 "특히 자문형 랩 열풍을 주도했던 브레인이나 창의투자자문이 모두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임형 랩으로 시중 자금이 더욱 몰려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일임형 랩은 자문형 랩과 달리 운용 주체와 의사결정권자가 증권사이기 때문에 리스크 발생시 신속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대응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방향성이 없이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증권사 랩에 자산을 일임해 도움을 받으려는 투자 수요가 늘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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