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억7000만원짜리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독점 제작 논란

"중소업체 참여 약속 어겨" "5개 전문회사 협업"


2억7000만원짜리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독점 제작
논란
"중소업체 참여 약속 어겨" "5개 전문회사 협업"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영세디자인업계 분노외부전문가 참여는 꼼수… 계획 문의해도 응답 안해●제일기획의 항변국민 공모 통해 기회 제공… 모든 것은 조직위서 결정

중소디자인업계가 제일기획이 고작 2억7,000만원짜리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프로젝트를 가로챈 데 이어 영세디자인업체들에 말로만 참여기회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제일기획은 "수주 후 국민 공모를 실시했으므로 디자인업계에 공정한 기회를 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본지 2012년 8월6일 온라인 기사 참조

15일 2018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표된 평창올림픽 엠블럼은 영세 디자인전문회사들의 참여 없이 제일기획의 단독안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일기획이 디자인전문회사 등과 상생을 위해 실시했다는 지난해 10월 국민 대상 엠블럼 공모와 무관하게 제일기획의 단독 엠블럼이 그대로 선정된 것. 국민 공모 참여자가 디자인전문회사가 아닌 디자인 전공 대학생 등 개인들이 대다수를 이루면서 나타난 결과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국민 공모를 하기는 했는데 전문적 영역이다 보니 제일기획 작품을 뛰어 넘는 것이 없었다"며 "참여자 중에 전문회사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학생 등 개인이어서 수준 차이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2조3,650억원 매출의 제일기획은 지난해 8월 영세업체들의 영역인 2억7,000만원 수준의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제작 입찰에까지 참여ㆍ수주하면서 이미 한 차례 디자인전문회사들의 성토를 자아낸 바 있다. 디자인업계 관례상 대기업이 10억원 미만 프로젝트까지 손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인 데다 제일기획은 이전까지 국제대회 엠블럼ㆍ로고를 수주ㆍ제작한 경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제일기획의 입찰 참여 소식 만으로 대다수 디자인전문회사들이 잇따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나마 엠블럼 제작 경험이 많아 입찰에 참여했던 두 디자인전문회사는 제일기획에 밀려 떨어졌다.

이후 제일기획은 대형 광고기획사가 영세업체의 영역까지 침범했다는 업계의 비난이 일자 "한국디자인기업협회에서 추천하는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겠다"며 여론무마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8월9일에는 260여개 영세디자인전문회사들의 모임인 디자인기업협회에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보내 "디자인개발 실행업무는 조직위와 협의해 역량있는 외부전문가들의 참여기회 제공을 모색할 것"이라며 "앞으로 디자인전문회사들의 권익을 존중ㆍ보호하고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원칙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세디자인업계 "제일기획 약속 어겼다"=영세디자인업체들은 이번 엠블럼 선정 결과에 대해 "제일기획이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공문 발송 이후 디자인기업협회는 제일기획측에 외부전문가 구성 계획에 대한 여러 차례에 문의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론무마용으로 "역량있는 외부전문가를 모시겠다"고 해놓고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국민 공모만 실시하고 결과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만 했다는게 협회측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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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로부터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는 제일기획의 공문을 받은 이후 앞으로 어떻게 제작이 추진되는지 아무리 연락을 해봐도 연락이 닿은 적이 없었다가 지난 3일 갑자기 엠블럼 발표회가 열렸다"며 "국민 공모 내용을 보면 단순 공모전일 뿐 어딜 봐도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과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업체 대상 공개입찰이 끝나고 낙찰된 기업이 나온 상황에서 회사 차원에서 국민 공모에 참여하려는 곳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디자인기업협회는 지난 14일 제일기획에 "오직 대기업만이 올림픽과 같은 전세계적 지구촌 행사에 디자인 제작ㆍ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정식 공문을 보낸 상태다.

▲제일기획 "상생 노력 할 만큼 했다"=제일기획은 상생 노력을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영세업체 영역 침범 논란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국민대상 일반 공모를 들어 "이는 디자인전문업체들에도 충분한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할 도리를 다 한 셈"이라고 항변했다. 또 국민 공모 결정 및 엠블럼 선정은 전적으로 조직위가 한 것이므로 제일기획의 책임은 아니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국민 공모 실시는 단순 외부전문가 제작 참여보다 더 공정하고 넓은 기회를 준 셈"이라며 "제일기획도 기존 수주와 무관하게 공모에 또 참여했고 모든 결정은 조직위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국민 공모로 정할 것이면 왜 기존 엠블럼 제작 수주는 취소되지 않았으며 최종 제작ㆍ선정 과정에서 제일기획의 역할은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제일기획에서도 제작에 일부 관여했지만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을 대상으로 같이 작업한 것"이라고 답해 제일기획 작품이 사실상 그대로 선정됐다는 조직위의 설명과는 다소 다른 해석을 붙였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영세업체 영역 침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엠블렘 입찰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엠블렘을 수주해야 앞으로의 전체 올림픽 홍보 전략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라며 "제일기획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단계부터 조직위와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국가적 행사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사명감이 높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강조했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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