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콘 없이 '드라마 틀어달라' 말만 하면 되는 TV -잡스가 마지막까지 애착…애플 기기들과 무선 동기화도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다시 한번 IT세상을 뒤흔들까. 잡스가 애써 '취미'라며 감춰뒀던 비장의 무기인 '애플 TV'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앞서 출시한 애플TV 셋톱박스와 달리 새로운 애플TV는 애플다운 사용자환경(UI)와 콘텐츠, 음성제어기능의'시리(Siri)' 등 강력한 무기로 잔잔한 스마트TV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이퍼 제프리의 진 문스터 애널리스트는 "아이TV(iTV)로 명명된 애플TV가 내년 말이나 2013년께 공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애플에 제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부품업체 등 업계 움직임과 애플의 특허 보유 현황이 근거다. 특히 애플이 도시바 등 LCD제조사 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나올 애플TV는 이전까지의 애플TV처럼 셋톱박스가 아니라 아예 모니터까지 갖춘 TV세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애플의 TV세트 사업이 연 수익 1,000억 달러(약 113조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은 아직까지 TV세트 개발에 대해 밝힌 적이 없다. 앞서 2007년, 2010년에 '애플TV'를 선보인 적이 있긴 했지만 99달러짜리 셋톱박스였고,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실패를 의식한 듯 잡스는 그동안 TV 셋톱박스 사업이 '취미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해왔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애플TV에 애착을 쏟았다. 그는 사망 전 자신의 전기 작가에게 "가장 단순한 사용법을 자랑하는 TV를 만들 방안을 마침내 찾아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만큼, 애플은 고유의 기술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른 스마트TV와는 차별화되는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먼스터는 애플이 아이폰4S에서 선보인 '시리(Siri)'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 등을 애플TV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모콘을 찾을 필요 없이 시리에게 "'위기의 주부들' 1화를 보고 싶다"고 말만 하면 되는 셈이다. 또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아이패드에 저장해놨던 동영상이나 음악을 큰 TV화면에서 즐길 수도 있다. 잡스의 말대로 무선 동기화도 물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제대로 된 스마트TV를 내놓기 위해 아이튠즈와 아이팟의 개발자인 제프 로빈을 애플TV 개발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은 잡스가 경쟁사에 빼앗길까봐 두려워 이름이 언론에 노출되는 일을 극도로 꺼렸을 만큼 비중 있는 엔지니어다. 그가 애플TV를 맡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애플이 스마트TV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표시다. 이 같은 애플TV가 출시될 경우 애플은 각 가정의 거실까지 진출해 '끊김 없는(seamless)'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전세계 2억2,500만명에 달하는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이용자들은 애플의 생태계에 더욱 밀착될 수밖에 없다. 먼스터는 새 애플TV가 1,800달러(약 200만원) 가량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TV프로그램ㆍ영화 제작사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문제다. 또 애플이 TV세트를 제조ㆍ출시하게 되면 삼성전자나 소니 등과의 경쟁은 지금보다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ㆍ태블릿PC 위주로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TV 분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승철 신영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의 경우에서처럼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삼성ㆍLG전자 같은 TV 세트 업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다만 애플 덕분에 침체된 TV 시장이 활력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