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보잉 타고 비상하는 아스트

대당 4억2000만원 후방동체 보잉737에 매월 20대 납품 예상

"상장 통해 생산설비 늘릴 것"


#2001년 4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분사해 항공기 부품기업 아스트를 설립한 김희원(60·사진) 대표에게 믿기지 않는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무역센터를 폭격한 항공기 테러와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바로 그것. 항공기 생산량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업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절체절명의 위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항공기부품 수출기업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됐다.

13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미국 수출을 앞두고 있는 '32호'라고 적힌 후방동체를 자식처럼 어루만졌다.

32호는 아스트에서 32번째로 만든 후방동체 제품이다.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항공기 개발 분야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던 항공산업의 벽을 뚫고 처음 1호 후방동체를 수출하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아스트는 보잉사의 최대 협력업체인 미국 스피리트 에어로시스템스(SPIRIT Aerosystems)가 주는 플래티넘 서플라이어 어워드를 받았다. 1,500여개 협력사중 13개 업체만이 이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1년 설립 당시 아스트는 KAI에 납품하는 회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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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김대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KAI에서 분사하며 뜻을 함께한 20명의 직원들은 판로 개척에 나선 것. 해외에서 통할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항공기 꼬리 날개에 하중을 지탱하는 '대형 여객기용 좌우곡선형 스트링거' 개발에 성공하며 첫 수출의 물꼬를 텄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방동체도 개발했다. 항공기 후방동체는 날개를 제외하고 가장 조립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꼽힌다. 조립을 위해 사용되는 부품만도 수천여개. 김 대표는 "현재 아스트는 보잉사와 계약을 맺고 보잉 737 후방동체(48 Section)을 매달 4대씩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며 "보잉737 후방동체는 생산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정밀할 뿐만 아니라 항공기 동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잉737의 경우 매년 500대 가까이 생산될 만큼 시장이 크다"며 "스피리트에서 후방동체의 아웃소싱을 더욱 늘릴 예정이어서 앞으로 월 20대까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미소를 지었다. 항공기산업의 경우 업종 특성상 한번 납품 계약을 맺으면 해당 기종이 단종될 때까지 납품을 계속할 수 있다. 후방동체 하나당 4억2,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고 수출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매월 20대까지 늘어날 경우 매출을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김 대표는 "어느덧 35호까지 만들어낼 만큼 회사가 성장했다"며 "42미터의 항공기 길이에서 3.5미터, 12분의 1을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 수출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스트는 내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올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장을 확장할 생각이다. 그는 "대규모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며 너무나 힘든 시기를 잘 넘어선 상태"라며 "아스트가 가진 기술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항공기부품업체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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