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업계가 '공포의 어닝시즌'에 돌입했다. 30일 S-OIL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S-OIL은 지난해 28조5,57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 전년보다 8.3% 감소했다. 원유 정제시설의 가동을 시작한 지난 1980년 이후 34년 만에 첫 영업손실(2,589억원)을 냈다. 1997년 가격고시제가 폐지되기 전까지 사실상 적자를 낼 일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7년 만이다. 석유화학 부문과 윤활기유 부문에서 각각 1,820억원, 2,67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정유 부문의 손실(6,987억원)이 너무 컸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정유사가 앞서 더 높은 가격에 사들인 원유와 석유제품의 재고평가 손실이 커진데다 판매 가격 역시 인하할 수밖에 없는 경영환경이 적자전환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S-OIL의 경우 제품 재고와 관련된 손실이 3,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5일과 12일 각각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도 회사 설립 이후 최악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지난해에 4,000억~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역시 사상 첫 적자다.
이로 인해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총 영업손실이 1조원, 가장 경영환경이 혹독했던 정유 부문만 따지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유 4사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일제히 임금동결을 합의한 바 있다.
반면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3월 말 사업보고서를 통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데 소폭이나마 흑자가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산 중이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4분기까지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왔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유업계의 실적에 대해 "이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방주완 S-OIL IR담당 상무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유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른 S-OIL 관계자도 "원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아 지난해처럼 대규모의 재고 관련 손실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중국 등의 수요가 회복돼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