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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품 위조 사태와 관련, 모든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정부는 또 '원전 마피아'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원전 관련 공기업 퇴직자의 협력사 낙하산 취업을 근절하고 허술한 원전 부품 검수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정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또다시 원전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원전 업계의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전수조사=정부는 문제가 된 신고리와 신월성 원전뿐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는 모든 원전의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건을 2∼3개월 동안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새한티이피가 시험한 원전부품을 전수조사한 뒤 다른 국내외 시험기관이 검증한 부품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Q1 등급 부품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장 입회 조사를 하기로 했다. 입회 조사하는 부품은 격납건물 내 주요 설비, 원자로 증기발생기, 펌프 등으로 전체 부품의 10% 미만이다.
◇원전 마피아 유착관계 근절=정부는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인 원전업계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한국전력기술 등 원전 공기업 직원의 협력사 낙하산 취업도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협력업체 재취업 금지 대상자를 기존 1직급(처장)에서 2직급(부장)으로 확대하고 한전기술 등 다른 원전 공기업도 협력사 재취업 제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또 한수원 처ㆍ실장급에는 2017년까지 외부인사를 50% 영입하는 목표를 이행하도록 했다. 구매ㆍ행정 파트에 외부인사를 늘려 기술 파트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한수원ㆍ한전기술 등 원전 공기업 퇴직자를 고용한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입찰 적격심사시 감점을 부과하며 불법 행동으로 원전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업체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품 검수시스템 까다롭게…최고가치 낙찰제 도입=정부는 원전 핵심 부품에 관해 국책시험연구기관이 민간 시험검증기관을 재검증하도록 하는 더블 체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역할을 맡을 기관은 국책 시험연구기관인 산업기술시험원(KTL)이다.
원전 부품을 사들이는 한수원의 구매조직은 독립성을 키우고 엔지니어링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기술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이번 원전 비리 사건은 한수원 구매조직이 기술적 우위를 갖추지 못해 모든 검증을 정비 부서와 한전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발생한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전 Q등급 제품에 대해서는 현행 최저가 낙찰제를 최고가치 낙찰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납품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최소화해 입찰 경쟁체제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대책은 원전 업계의 폐쇄적 공생 구조를 타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전산업이 구조적으로 경쟁이 제한되는 산업적 특성이 있는데다 원천 설계기술을 한전기술 등이 거의 독점하고 있고 납품업체 인력풀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술 독점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지만 원전 산업의 속성상 민간에 시장을 개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