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금리 덕 보자" 삼성 회사채 발행 줄잇는다

에버랜드·물산·정밀화학 등 자금조달 비용 부담 줄자 무차입 경영 철칙 수정<br>올 들어서만 1조5,000억 지난해 전체 40% 넘어서


‘무차입 경영’을 철칙으로 여기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잇따라 회사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그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을 내부유보로 쌓아놓은 채 회사채 발행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으로 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삼성 계열사들이 연달아 회사채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가 올들어 발행했거나 발행예정인 회사채 물량은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의 채권 발행 규모가 3조5,0000억원(삼성카드 제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년 발행 규모의 40%를 이미 1ㆍ4분기에 조달한 셈이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는 다음달 25일 목표로 3년ㆍ5년 만기의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에버랜드가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함께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투자와 에버랜드의 사파리 확장으로 차입규모가 늘어나자 이를 상환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정밀화학은 자회사 지분 출자와 태양광 관련 시설 투자를 위해 다음달 1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삼성SDI도 태양전지 시설에 투자하기 위해 다음달 5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토탈도 지난해 2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데 이어 두 달만에 또 다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앞서 호텔신라도 2,000억원, 삼성물산도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관련기사



삼성그룹이 회사채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그룹은 공모사채 발행을 기피했다.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로 사모사채나 은행차입, 기업어음(CP)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국고채는 물론 AA급 회사채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회사채 매력이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5년물 회사채(삼성물산 99-2)를 4.29%에 발행했던 삼성물산은 올해 3.17%에 발행했다. 최근 동서발전(AAA)이 기준금리를 밑도는 2.73%에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우량 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 계열사는 그 동안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으로 자금을 충당했지만 최근 신규사업 추진과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때마침 회사채 발행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자금 조달 매력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탄탄한 만큼 발행금리도 낮다. 삼성정밀화학은(AA-) 5년물 발행금리를 국고채 5년물에 0.34%포인트 금리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했다. 26일 기준 국고채 5년물 금리를 적용하면 발행금리는 3%에 그친다. 이는 역대 5년물 발행 금리 중 사상 최저수준이다. 삼성토탈도 지난 2월 3년물을 2.87%에 발행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이경록 연구원은 “은행금리보다 회사채 금리가 낮아 앞으로도 삼성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마침 시장에 우량 회사채 공급 물량이 적어 기관 수요도 몰리고 있는 만큼 삼성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적극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연이은 실적 호조로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굳이 회사채 시장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외시장 자금조달도 현지 법인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는 형태로 14년만에 5년만기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발행금리는 한국 국채금리보다 낮아 화제를 모았다./


한동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