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데스크 칼럼] 보이지 않는 손

金聖泰 부국장겸 증권부장지난89년의「12·12조치」는 정부 증시대책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당시의 긴박한 증시상황으로 볼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시의 무리한 증시개입의 부작용이 한국증시를 10년은 뒷걸음치게 했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깨진독에 물붓기 식의 인위적인 주가 떠받치기는 뻥튀기, 물타기 등 갖은 편법을 동원해 투기에 나섰던 일부 기업오너나 큰손, 기관투자가들이 비싼 값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됐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의 부양책만 믿고 큰손들이 배불린채 팔고 빠져나갈때 이물량을 받아 먹다가 결국 상투를 잡고 10년가까이 고생하는 피해자가 됐다. 최근 정부가 과열을 우려하며 증시에 개입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정부도 증시의 민감한 반응에 당황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내의 시각차이나 손발이 않맞는 듯한 모습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IMF이후 증시도 양·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정부가 규제나 간섭을 밥먹듯이 했던 , 「관제주가」「냄비증시」「투기 복마전」으로 대변되던 과거의 증시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바뀌고 있다. 증시규모나 제도변화, 외국투자가를 포함한 시장참가자들의 구성 등 현증시 여건을 감안할 때 정부의 규제나 간섭은 의도했던대로 먹혀들어가기는 커녕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나서 증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있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과열, 거품논쟁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는 자생적으로 시장원리에 의해 조정을 거치도록 증시상황에 맡겨야 한다. 과열을 우려해 섣불리 인위적인 규제에 나설경우 시장흐름이나 수급, 주가에 왜곡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단지 「핸드백, 넥타이부대」「개미군단」으로 불리는 개인초보투자자들의 과열분위기에 편승한 무분별한 투자행태는 시정되어야 할 과제다. 기업들의 재테크 열풍도 경계대상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물론 뮤추얼 펀드, 주식형 수익증권 등에 기업여유자금이 뭉터기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업들이 시설투자나 연구개발투자는 뒷전에 두고 기계를 돌려 상품을 만들어야할 자금으로 손쉬운 재테크에 나설경우 구조조정 차질은 물론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증시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단기간에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저금리 기조정착, 경기회복세 가시화, 외국인투자 확대 및 20조원에 이르는 간접투자자금 등 제반여건이나 수급측면에서 볼 때 과열이나 거품으로 볼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아무리 주식수요기반이 탄탄하다고는 하지만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기위해 앞으로 쏟아져 나올 대기업들의 유상증자물량은 오히려 물량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증시가 활기를 띠기시작한 지난해 10월이후 4월말까지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기자금은 무려 12조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유상증자 활기는 기업 부채비율 축소로 연결되며 기업구조조정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이는 증시가 활황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삼성 등 5대그룹의 경우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증시에서 30조원에 가까운 돈을 끌어다 쓸 계획을 갖고 있다. 5~6월 두달간 유상증자 물량만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대규모 유상증자는 증시가 자칫 인위적 규제에 의해 활력을 잃거나 흐름이 왜곡될 경우 정부는 물론 증시에 큰 부담요인이 되며 주가 폭락, 자금조달 차질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이는 다시말해 증시 과열징후는 대규모 물량공급 등 수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구조조정의 성공적 추진이나 실물경제회복으로의 경기선순환을 위해서 증시활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현시점서 과열우려나 수요억제 등 간섭보다는 오히려 구조조정과 실물경제회생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유상증자 활성화 등 증시의 안정적 기반확충에 나서야 할 때다. 제도개선과 공정한 룰의 엄격 적용을 통한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의 근절과 투자자보호를 위한 건전투자풍토 조성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증시활황이 말그대로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기업재무구조 개선, 실적호전, 투자촉진, 생산. 고용확대, 실물경제 회복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정책·제도적으로 소리나지 않게 뒷받침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특히 돈에 의한 금융장세가 실물경기회복이 뒷받침되는 실적, 경기장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역할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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