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삶의 질을 높인다/교육·진료·재판까지 원격서비스(국가정보화전략)

◎초고속정보통신망 빈부·도농차 최소화/재택근무 확대로 개인여가도 크게 늘어「아랫배의 통증을 참다 못한 시골 노인이 동네 보건지소를 찾아갔다. 환자의 통증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공중보건의는 우선 환부를 X레이로 찍어 초고속화상전송시스템을 통해 대도시의 대학병원으로 전송한다. 대학병원의 전문의는 X레이를 보고 진단한 뒤, 화상전화로 환자를 문진한다. 본인의 통증에 대해 궁금증을 시원스레 풀고 나온 노인은 「요즘 병원 좋아졌다」며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옆에 있는 공중보건의는 「정보화가 좋다」는 것을 실감한다.」 먼 훗날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경북대 병원과 울진보건소간에 개통된 바 있는 원격진료시스템을 통해 이미 이뤄진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원격지간을 초고속통신시스템으로 연결하여 각종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산간벽지에 있는 초등학교와 분교간을 잇는 원격교육시스템, 대구지법 경주지원과 울릉도 등기소간을 연결한 원격재판, 장애인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원격사회복지시스템 등이 개통됐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치매환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가까운 치매치료보호시설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격치매진료시스템도 개통됐다. 이같은 서비스는 아직 실험단계다. 때문에 국민일반이 보편적 서비스로 누리기에는 기술적 세련화과정과 함께 새로운 방식의 공공서비스가 실효성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도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진전이 있다. 첨단 원격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미래학」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입증돼 가고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앞으로 보편화될 다양한 원격서비스가 일으킬 삶의 변화 또한 분명하다. 초고속정보통신시스템은 빈부, 도농, 계층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벽지에 있는 주민도 도시민이 누리는 것과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방학생은 서울 명문대 교수와, 한국의 대학생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화상교육시스템을 통해 질의를 주고받으며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정보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비단 원격통신에 의한 공공서비스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다. 정보화는 알게모르게 조금씩 다가온듯 싶지만 뒤돌아보면 이미 우리는 깊숙히 정보사회로 발을 디뎌 놓았다. PC통신을 이용한 각종 생활정보의 획득이 보편화되고 휴대폰과 삐삐는 「선택종목」이던 것이 이제는 없으면 영 불편한 필수품이 돼 버렸다. 사회 각 부문에서 물리적 이동은 통신망을 통한 정보의 교환과 정보처리로 대체된다. 정보화로 사라지는 것은 에너지와 비용과 삶의 고단함이고, 얻는 것은 여가시간과 윤택한 삶이다. 앞으로 빠르게 확산될 재택근무는 교통유발을 줄이는 사회적 비용감소효과와 함께 개인차원에서는 시간적 여유를 선사한다. 사무실은 갈수록 필요없어지고, 집이 곧 사무실이 된다. 노동시간이 최소화되는 대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대폭 늘어난다. 전자문서교환(EDI)의 확산으로 문서교환·결재 등에서 서류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있다. 꾼돈 값는 것까지 전자로 처리하는 전자지갑의 등장으로 현금은 점차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외국상품을 사면 집으로 배달까지 되는 인터넷쇼핑몰은 상점을 필요없게 한다. 인터넷으로 정보사냥에 나서면 어느나라에 있는 정보도 입수하지 못하는 정보가 없다. 안방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 도서관에 있는 귀한 장서를 컴퓨터통신으로 검색할 수 있음은 물론 프린트까지 하여 보관할 수도 있다. 강원도 태백에 사는 주민은 뉴욕 월가 증권회사 사원이 얻을 수 있는 것과 차이 없는 정보를 시차 없이 획득할 수 있다. 지방에 대한 중앙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선진국의 정보우위, 정보독점은 완전히 해소된다. 누구나 원하는 즉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각종 정보통신서비스가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정보화로 건설되는 새로운 국가사회 「텔레토피아(Teletopia)」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네크워크가 「산소」가 되고 「열린 삶」이 실현되는 텔레토피아는 기다려서 오는 사회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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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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