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뮤지컬 VS 미국 뮤지컬 '진검승부'=내년에 라이선스 초연 무대로 관객을 만나는 '태양왕'과 '마리 앙투아네트'가 유럽 뮤지컬의 대표 주자를 자처하고 나선 가운데 '드라큘라' '프리실라' '원스' 등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호평받은 작품들이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태양왕'은 17세기 프랑스 절대주의 시대의 대표적 전제 군주였던 루이 14세의 일대기를 담은 프랑스 대작 뮤지컬이다. 2006년 초연 이래 8년간 프랑스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전역에서 400회 이상 공연을 진행해 1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8세기 파리 베르사이유 궁을 배경으로 악명 높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주인공으로 세운다. '엘리자벳' '모차르트!'로 유명한 실베스터 르베이와 미하엘 쿤체 콤비의 신작으로, 2006년 도쿄에서 타미야 쿠리야마에 의해 초연됐고 2009년 독일로 넘어갔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 겸 프로듀서, 데이비드 스완 연출, 원미솔 음악감독 등 크리에이티브팀이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뮤지컬 '드라큘라' 라이선스 공연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1년 샌디에이고에서 초연한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작품으로, 드라큘라 백작의 뜨거운 사랑과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토니어워즈 수상 경력이 있는 크리스토퍼 햄튼과 돈 블랙이 각각 대본과 작사를 맡았고,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입혔다.
설앤컴퍼니는 내년 여름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프리실라' 라이선스 초연작을 선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까지 휩쓴 공연이다. 신디 로퍼, 아바 등 8090년대 히트 가요를 엮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토니어워즈에서 8개 부문을 휩쓴 뮤지컬 '원스(Once)'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하는 '원스'는 비영어권과 아시아를 통틀어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지난 2007년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더블린의 가난한 남자와 그 노래의 사연에 공감하는 체코 이민자 여인의 사랑을 그린다.
◇한국과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의 협업 눈길=우리 기획사가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해외 크리에이티브팀과 협업한 작품들도 무대에 올라 승부를 겨룬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CJ E&M이 기획 단계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한 작품. 지난 4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후 평균 객석점유율 100.7%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으며 토니어워즈 시상식에선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2005년 동명의 영국 영화를 바탕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구두회사의 젊은 사장이 우연히 드렉퀸 쇼걸을 만나 여장 남자를 위한 부추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틈새시장을 개척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영웅' '명성황후'로 유명한 에이콤인터내셔널은 뮤지컬 '보이체크'를 선보인다. 지난해 7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크리에이티브팀과 함께 영어로 제작한 작품이다.
◇창작 뮤지컬 승부수 띄운다=올해는 고 김광석 노래로 만든 창작 뮤지컬 '그날들'과 '디셈버'가 선전하면서 창작의 힘을 보여줬다. 내년에도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주도하는 뮤지컬 시장에서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이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년을 맞이해 자체 제작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내년 3월 막을 올린다. 영국의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탄탄한 대본과 음악, 그리고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철학, 과학, 의학을 아우르는 천재지만 강한 트라우마를 지닌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이 캐스팅됐다.
창작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다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