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ㆍ유학ㆍ법률ㆍ회계 등 사업 서비스 분야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개방과 경쟁이 제한된 내부 울타리에 안주해 국제 경쟁력이 낮아진 결과다. 과감한 개방과 경쟁 정책이 필요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던진 발언이다. 말이야 백 번 옳다. 하지만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느낌이 든다. 정작 의료ㆍ교육 등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20개 법안들은 1~2년째 국회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입장에서야 "입법 기능을 갖고 있는 국회가 이익집단들의 반발과 표만 의식해 이들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데 뭘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전임 강만수ㆍ윤증현 장관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돌파력으로 각종 현안을 주도했던 과거와 사뭇 다르다. 물론 박 장관으로서는 억울할 게 분명하다. 임기 말을 맞아 레임덕이 심화되고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권력의 축이 국회로 넘어간 게 어디 박 장관 탓이랴.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노라면 '경제팀 수장'으로서 박 장관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취임 때 밝혔던 'MB노믹스의 마무리 투수'라는 역할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박 장관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박 장관이 지나친 원칙주의에 빠져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가 50만명 늘어난 데 대해 '고용 대박'이라고 표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또 그는 지난 7월까지도 "7% 성장을 포기한 게 아니다"고 말해 현실감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MB노믹스의 상징인 감세 철회 과정도 마찬가지다. 박 장관은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화했는데도 "예정된 감세는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다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에게 "지방 재정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박 장관은 취임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며 역대 어느 장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현장 방문, 강연ㆍ간담회에 소진했다. 하지만 장터나 백화점을 찾는다고 현실감이 생기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경제 관료가 아니라 아직도 대학 교수 같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