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년 새해 벽두부터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 대상은 상하수도 요금,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종량제 봉투 요금 등이다. 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전기와 가스 등 일부 공공요금의 인하 여부가 검토되고 있지만 공기업들의 누적된 적자로 가스를 제외하고는 인하가 쉽지 않고 그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시와 인천시·대구시 등은 지하철과 버스 요금 등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물가상승분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2년마다 한 차례 인상할 수 있도록 조례에 명문화하기로 하는 등 요금 인상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 지 3년이 돼가는데다 지하철은 연간 적자가 5,000억원, 시내버스는 3,000억원에 달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와 경기도·인천시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 환승할인 적자 부담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인상 시기는 유동적이다.
인천시 산하 인천교통공사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인천 지하철 기본요금을 현재 1,050원에서 200원(19%)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시내버스 요금도 현재 1,100원에서 200~3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인상시기는 서울시와의 소송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부채 감축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1,100원인 철도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철도요금 인상과 연계해 버스요금 상향 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수도 요금도 부산시와 대구시 등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내년 초부터 인상이 시작된다. 부산시는 수돗물 생산원가를 맞추기 위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수돗물 요금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연차별로 수돗물 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시도 수돗물 요금을 내년 1월부터 2년간 8.7∼10% 정도 인상할 예정이다. 세종시는 내년부터 상수도뿐만 아니라 하수도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원주시는 내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매년 하수도 요금을 올리고 이천시도 내년부터 2017년까지 하수도 요금을 최고 4.3배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용인시는 쓰레기종량제 봉투 가격을 내년 1월부터 올리기로 했다.
지방 공공요금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료 등 중앙 공공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고속도로 통행료를 4.9% 안팎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실무선에서 검토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 공공요금을 즉시 인상할 수 없는 것처럼 내리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며 "공공요금이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하하게 되면 공공요금 관련 기관이 부채를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