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안전불감증이 낳은 人災

대형 사고가 대부분 인재였듯 경북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역시 관리자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작업자들은 안전장구가 있는데도 착용하지 않았다. 장갑 하나만 달랑 끼고 원료 호스를 보관탱크에 연결하던 중에 다른 사람이 배출 밸브를 개방하는 바람에 대량의 가스가 외부로 유출됐고 현장에 있던 직원 5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들은 작업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규정대로 했다면 사고는 일어날 수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회사에는 안전관리자도 있었지만 당일 직원들의 행위를 보면 평소에 안전관리나 작업 규정은 완전히 무시돼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관계 기관이 관리를 해왔다면 이처럼 무방비 상태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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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취급 관계자는 "직원들이 이날 안전장구만 착용했다면 자체적으로 즉시 밸브를 잠그는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져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유독가스가 분출되고 있는데도 어느 곳에서도 이 공장에서 뭘 하는지 정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 하나만 봐도 그동안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소방관들도 초기에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무작정 물을 분사해 기화 압력이 높아져 부상을 입고 오히려 가스 분출만 증가시키는 우를 범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환경부와 소방방재청 매뉴얼에 증기가 발생할 때는 용액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증기에 물을 살포하도록 돼 있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유독가스와 수증기를 구분하지 않고 같이 대처하도록 돼 있는 매뉴얼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고는 회사의 잘못으로 발생했지만 이를 수습하는 관계 기관의 미숙한 대처가 화를 더 키웠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관계 기관의 수습 과정에서 전문가 부족과 업무 미숙으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유사 사고에 대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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