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붙은 FTA 마케팅… 자동차 영업점 문의 전화 빗발

■기업들 새 수출·영업전략 시행 분주<br>"원가 절감분 가격에 반영" 車 업계 경쟁력 강화 총력<br>"미국산 상품 개발 서두르자"<br>대형마트 견과류 등 확보위해 현지 바이어들과 릴레이 상담


14일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의 미국 수출 담당 부서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새 수출 전략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회의를 수차례 반복했다.

자동차 부품은 한미 FTA 발효 즉시 수출 관세가 철폐되는 대표적인 수혜업종.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대미 수출은 규모는 10억5,000만달러였고 이에 대해 부품별로 4~6%의 관세를 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관세 절감액만큼을 직접적인 가격경쟁력으로 챙길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판매법인도 새로운 경쟁전략을 수립하느라 바빴다.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차에 붙는 관세는 앞으로 4년간 2.5%를 유지하다 5년째에 없어지지만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은 당장의 유리함을 누릴 수 있다. 한국의 부품업체로부터 조달하는 부품값이 관세 철폐 금액만큼 인하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관계자는 "원가 절감분을 단계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면서 "일본차의 견제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카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 판매량의 58.1%인 37만5,130대를 현지에서 생산했고 기아차는 31.3%인 15만1,740대를 현지 생산했다.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한미 FTA가 발효됨에 따라 기업들이 'FTA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출ㆍ수입 분야 기업 모두 FTA 효과를 십분 활용하기 위한 장단기 전략을 수립하고 본격 시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미 FTA에 따라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가 8%에서 4%로 인하된 것뿐만 아니라 배기량 2,000㏄를 초과하는 국산차의 개별소비세율도 10%에서 8%로 줄어들었다.


현대ㆍ기아차에서는 그랜저와 K7이 최대 100만원가량 싸졌고 에쿠스는 최대 259만원까지 인하됐다. 한국GM은 알페온 등에 대해 최대 94만원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하루 종일 전국 영업점에 바뀐 가격을 문의하는 방문과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미국 자동차 업계는 전에 없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14일 서울 소공로의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 값은 최대 11%, 부품 값은 최대 35%까지 인하하겠다"며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100% 소비자 가격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차업계가 한미 FTA 효과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가격정책을 펼침에 따라 수입차 업계 전체가 '가격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소비자 후생은 커지는 만큼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형마트는 미국산 상품 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종렬 이마트 해외소싱 담당 바이어는 "관세가 철폐되는 아몬드ㆍ피스타치오 등 견과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하루 10건 넘게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리도 5월부터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여러 곳의 산지 업체와 상담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수산물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고 홈플러스는 와인ㆍ체리ㆍ오렌지 등 시판하고 있는 미국산 상품 물량을 늘리는 한편 유아용 과자 등 신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한미 FTA 발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미 FTA라는 경제고속도로를 적극 활용해 한국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한미 FTA에 압축돼 있다"면서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해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FTA민간대책위원회는 "중소기업도 FTA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맹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