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사태가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의 체포로 일단락되면서 지난 20여년간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해온 알라산 와타라는 결국 꿈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그바그보 정권이 무너졌다고 코트디부아르의 문제가 종식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트디부아르 민주화의 기수인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보였던 행적들과 유혈사태로 점철된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보면 특히 그렇다.
야당 지도자인 그바그보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40여년간의 코트디부아르 일당독재 체제를 마침내 무너뜨렸다. 와타라는 당시 악명 높은 시민법에 의해 출마가 금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바그보 정권은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폭동과 군사반란 시도를 겪으면서 험난한 여정을 걸었다. 그바그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평생의 라이벌인 와타라 진영이 이러한 사회불안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2005년 임기 종료에도 불구하고 사회 불안정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는 등 선거를 총 6차례 연기했다. 결국 그바그보는 비난여론에 못 이겨 지난해 11월 대선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와타라에게 패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대통령직에서 계속 버텼다. 이는 그바그보 진영과 와타라 진영이 무력충돌까지 벌이는 내전으로 비화됐으며 프랑스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으로 끝이 났다.
와타라가 그바그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그는 종교 및 지역으로 분화된 국가를 통합시키는 것 이상의 일을 해내야 한다. 서구의 오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많은 아프리카 정부들이 민주주의의 주요 요소들 가운데 가장 실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야당 등 반대세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와타라 정부는 국가 통합에 쏟는 노력 이상으로 반대세력의 인정을 통한 정치적 경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한편 프랑스가 코트디부아르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2002년 그바그보 정권이 반정부 세력의 봉기로 위험에 처하자 군사지원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바그보 정권의 축출에 앞장선 것이다.
와타라 정권이 전임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절제와 겸손의 미덕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