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빛나는 무공을 세운 영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을 한국에 기증한다. 국가보훈처는 영연방 최고의 무공훈장인 '빅토리아십자훈장'을 받은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88·사진)이 오는 20∼25일 방한한다고 16일 밝혔다.
스피크먼은 보훈처의 초청으로 이번에 한국을 찾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 출신의 6·25 참전용사와 가족 등 85명에 포함됐다. 스피크먼은 6·25 전쟁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 이등병으로 참전했다. 그는 지난 1951년 11월4일 새벽 임진강 지역 일명 '후크 고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 때 6명의 병사와 함께 용감무쌍한 수류탄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스피크먼은 심한 다리 부상을 당했으나 소속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부상을 당한 그는 1952년 1월 영국으로 돌아갔으나 귀국 3개월 만에 자진해서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해 8월까지 전장에서 싸우는 투혼을 보였다. 영국 정부는 빛나는 무공을 세운 그에게 '빅토리아십자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을 받은 6·25 전쟁 참전용사는 모두 4명에 불과하며 이들 가운데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은 스피크먼뿐이다.
스피크먼은 이번 방한에서 '빅토리아십자훈장'을 비롯해 자신이 받은 훈장과 메달 등 10개를 한국에 기증할 계획이다.
이는 스피크먼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킨 한국에 대한 사랑의 표시라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2010년에도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스피크먼은 죽어서도 '후크 고지'에 묻히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스피크먼과 함께 한국에 오는 방문단에는 6·25 참전부대인 영국 왕립포병부대와 후크 부대에서 현재 복무하고 있는 군인 31명도 포함됐다. 방문단은 22일 부산 유엔묘지를 방문하며 23일에는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아직도 진행 중인 분단의 아픔을 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