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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경기가 정점이던 2000년대 후반 국내 건설회사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기업은 찾기 힘들다.
건설회사뿐 아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정도의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고는 중국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힘들다. 심지어 처참하게 손실을 본 대기업에서도 적지 않다.
국내 한 시중은행장은 "국내 은행들이 대부분 중국에 법인이나 지점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는 곳은 찾기 힘들다"며 "동남아시아나 남미보다도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 중국"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고 우리와 피부색이 같다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5'에 참여한 중국의 젊은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슷한 유교문화권이고 거대한 시장이라는 기대감만 갖고 진출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리쥔징 톈룬홀딩스 부사장은 "한국은 기술력, 중국은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친밀한 사업적 관계로 충분히 윈윈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드러난 패션이나 뷰티 콘셉트는 실제로 중국 현지인에게는 그다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한류 콘텐츠 열풍이 불고는 있으나 이를 '사업화'하는 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 부사장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본토화, 즉 로컬리제이션이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에서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중국 사업에 나서는 것보다는 중국 기업과 협력을 통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저우쇼펑 신랑닷컴 편집장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전 중국의 시장·사회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 안에서 누구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타기팅이 명료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저우 편집장은 "중국은 지금 소비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단계까지 왔고 소득이 오르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적기"라면서도 "상하이나 베이징·광저우보다도 좀 더 발전이 덜 된 주변 도시들에 투자해보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일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젊은 기업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한국의 영화와 게임인 만큼 이를 토대로 한중관계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나왔다. 실제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드라마뿐 아니라 임진왜란을 다룬 한국 영화 '명랑 해전'도 중국에서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만큼 양국 사이에 통하는 코드가 많다는 것이다.
멍즈청 중칭금융그룹 회장도 5년 전까지 한국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내는 한국의 패션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솔직히 말해 중국은 한국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래처"라며 "중한 문화 합작을 한다면 한국의 기술과 서비스에 더해 중국의 투자와 시장이 창작물을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