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중소기업 르네상스를 위하여

정민정 성장기업부 차장

지난 25~2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만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시종일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2007년 2월28일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선거에 나선 김용구 회장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던 그날 이후 7년4개월이 흘렀다.

당선 직후 김 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 300만 중소기업인과 중앙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며 "중소기업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이었다.

올해로 8돌을 맞이한 리더스포럼은 초청인사의 면면이나 회원 참석률, 그리고 행사 진행 등 모든 면에서 명품 포럼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오마에 겐이치와 윌리엄 페섹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리더스포럼을 찾았다. 올해는 10년 넘게 국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강연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 회장의 고집스러운 추진력이 있다.


취임 직후 중소기업만의 포럼을 만들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을 때만 해도 "설마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와 불신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행사 진행 순서, VIP 좌석 배열, 영상에 삽입되는 주제곡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첫번째 리더스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당시 그의 지독스러운 꼼꼼함을 두고 '김 대리'라는 별칭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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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으로서 역할 모델을 몸소 보여준 김 회장은 이후 굵직한 사안을 주로 챙기고 세세한 부분은 일선 직원들에게 맡겨 중앙회의 역량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 결과 지난 7년여간 중기중앙회는 질적·양적으로 경이로운 성장을 거뒀다. 조직화율은 2%에서 20%로 10배나 커지고 자산은 6,4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400%나 늘었다. 바야흐로 중소업계의 '르네상스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중앙회 회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주재한 리더스포럼에서 김 회장은 자신의 남은 미션을 밝혔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중앙회장 선거를 추대 방식으로 치르겠다는 것. 이미 김 회장은 연초부터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만나 설득하고 투표권을 가진 이사장들에게 추대의 중요성을 설파해왔다.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회장을 추대하는 데 비해 중기중앙회만이 선거 과열과 금권선거라는 오명을 얻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임기를 마무리할 책무로 차기 회장 추대를 강조한 것은 지혜로운 판단이다.

첫 삽을 뜨기는 힘들다. 회원 간 이해득실이 갈리는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중소업계가 높아진 위상과 커진 덩치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행보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것이 '르네상스 시대'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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