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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

산으로 잇는 건물 끝자락… 자연과 소통하는듯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는 기존 산속 오솔길을 그대로 살려 건물을 지어 바로 뒤의 산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생활실의 벽은 황토로 마감해 아이들의 아토피 치유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첩첩산중.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과 넓은 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마침내 좁은 산길의 끝 금단산 자락에 다다르자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가 모습을 드러낸다. 산기슭의 야트막한 2층 건물은 동서로 'ㄱ'자 모양으로 길게 휘어져 자리잡고 있다. 기존의 구부러지고 경사진 오솔길 위에 오솔길 형태 그대로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건물 안의 복도가 바로 예전의 오솔길인 셈이다.

로하스아카데미 1층 입구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 뒤 옥상으로 나가면 건물의 끝 부분이 뒷산과 맞닿아 있다. 건물의 옥상이 산으로 올라가는 진입로가 되는 것이다. 건물이 경사지에 조성돼 있어 건물 옆 측면을 돌아 계단 형태의 언덕을 올라가도 바로 옥상과 산자락에 닿을 수 있다. 건물을 매개로 자연과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모양새다.


조용한 산속에 얌전하게 들어선 건물답게 건물 외관에서 직선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곡선미를 최대한 살린 외관은 완만한 산세와 어우러지고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곡선을 강조한 만큼 보는 각도에 따라 역동적인 볼륨감도 느껴진다. 특히 길게 휘어진 생활관 영역은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면서 숲 속의 자연이 최대한 조망되도록 배치했다. 1층 발코니는 지면과 최대한 가까이 조성해 바깥의 자연 풍경을 그대로 객실로 가져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마감재도 목재와 자연석을 활용해 친환경적인 느낌을 살렸다. 건물 외관에 쓰인 목재의 따뜻한 느낌은 이 건물이 울창한 숲과 넓은 들판 사이에서 튀지 않으며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도록 해준다.

건물 내부 복도와 방 안의 벽은 황토색을 띠고 있다. 색깔만 황톳빛이 아니라 실제 황토에 짚을 잘게 썰어 넣어 바르고 해초풀로 마감한 친환경 벽이다. 따뜻하고 편안한 황토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황토는 환경 호르몬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방 안의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로하스아카데미는 풀무원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 등을 배울 수 있는 친환경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층에는 바른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조리실습실이 마련돼 있으며 로비에는 아이들이 걸터앉아 자유롭게 독서와 사색을 할 수 있도록 계단형 북카페도 조성했다. 2층의 생활실은 한실과 양실로 구분되는데 특히 한실에 놓인 붉은색과 보라색의 전통 침구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방 안에는 TV를 찾아볼 수 없고 생활관 입소자는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된다. 식사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저염식이 제공된다. 자연을 벗 삼아 자연과 닮은 건물에서 잠시 인공적인 것들을 내려놓고 진정한 '힐링'을 느껴보라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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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아카데미는 내년 충북에서 열리는 '세계 유기농 엑스포'의 숙소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자연과 조화 이룰 때 건축물 가치 더욱 빛나

■ 설계자, 김진규 휴다임 건축사사무소 대표

"자연 속에 인공의 건축물이 들어설 때는 자연과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를 설계할 때의 주안점도 바로 '자연과의 조화'였습니다."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의 설계자인 김진규(사진) 휴다임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를 가장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선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라며 '자연(自然)'이라는 글자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자(自)'는 삼라만상 하나하나가 아름답다는 '스스로 자(自)', '연(然)'의 윗부분에는 '고기 육(肉)'과 '개 견(犬)'이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견공이 고기를 만나 환희에 젖어 꼬리 치는 모습을 '불 화(火)'로 표현함으로써 삼라만상이 '연(然)'의 모습과 같이 아름답게 서로 조화되어 있음을 뜻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자연 속에 인공의 건축물이 있기 때문에 서로 대비되고 조화가 되는 것"이라며 "자연은 인공의 건축물로 인해 더욱 아름다워지고 건축물 역시 자연 속에 있어 더욱 가치가 빛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스아카데미가 건축주와 설계자 간의 긴밀한 협력과 시너지효과를 통해 탄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설계자는 자신이 가진 철학을 반영해 설계에 임하고 건축주는 건물의 건립 목적과 운영 방침에 맞는 설계를 원하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문제는 서로의 가치 기준을 양보해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더 가치 있는 건축물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의미에서 건축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은 가치 있는 건축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축 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매우 기쁘고 즐거운 일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더 큰 꿈과 관련해 김 대표는 "휴다임이 이번에는 독일 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대상을 받았지만 앞으로 15년 후에는 휴다임의 작품이 독일에서 건축 관련 대상을 수상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으며 이는 막연한 바람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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