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는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 적용시기를 내년 1월에서 2017년으로 2년 연기해달라고 최근 정부에 요청했다. 공무원연금·공기업 개혁 추진도 벅찬데 종교인 과세까지 밀어붙이면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형 교회들의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소식이다.


기획재정부는 15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가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새누리당의 방안을 수용하면 종교인 과세는 2017년 1월로 자동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정 변경이 전혀 없는데도 여당이 갑자기 종교인 과세시기를 연기하기로 방향을 튼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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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상정되는 과세안도 종교계의 의견을 수용해 마련한 수정안이다. 당초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초안은 종교인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하되 80%는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고 그나마 나머지 20%에 주민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렇듯 소득의 4% 정도만 소득세로 원천징수한다는 것이었으나 수정안은 강제성을 띤 원천징수 조항까지 삭제하고 '자진 신고·납부'로 했다. 저소득 종교인에게는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그런데도 여당이 종교계의 반대를 이유로 시행시기를 늦추려는 것은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2년 연기는 핑계에 불과할 뿐 과세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종교인 과세는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천주교와 불교·개신교 상당수도 동의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과세시기를 연기하는 것은 이유도 명분도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소득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새누리당이 두려워할 대상은 국민이지 교인들의 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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