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토요 독서모임]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

아직 모호한 창조경제 개념 정립

창의력이 핵심. 정부주도 창조경제에 의문

창의력이 발휘되고 공유되는 환경 조성이 더 중요.


창조경제 정책을 도입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개념과 범주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가 창업경제(Startup Economy)를 뜻하는 말로 미묘하게 변용돼 쓰이고 있고 대부분의 관련 정책도 일자리 창출과 벤처창업만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란 말은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그의 저서 ‘창조경제(존 호킨스, 에프케이아이미디어, 2013. 원문초판 2001년)’에서 가장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창조상품의 생산과 교환, 사용이 이루어지는 체제’다. ‘창조상품’이란 창의성에서 비롯된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 경험 등이며 그 주된 경제가치는 창의성에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그런데 그 주된 경제가치가 ‘창의성’에서 나온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창의력이 없으면 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한국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사업으로서의 창조경제라는 것이 가능한지, 그런 구조에서 창의력이 얼마나 발휘될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재화를 생산하는 핵심 역량이 ‘창의성’에 있다 보니 책은 창의성 자체에 대한 고찰과 그것이 사회안에서 어떻게 공유되고 발전되는지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 때문에 제목에서 연상되어지는 것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산업발달을 위한 경제학적인 분석보다는 오히려 인문ㆍ사회적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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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킨스는 창의성이 잘 발전된 예로 런던 번화가의 길 건너는 방식을 들었다. 2009년 런던시장은 시에서 가장 복잡한 옥스퍼드가의 횡단보도 방식을 변경했는데 좁은 보도로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건너라는 것이었다. 엄청난 교통량으로 악명높은 도로의 중앙으로 걸어다니라는 이 아이디어를 처음에는 모두 웃어넘겼다. 주목할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도시공학자들이 아닌 반지의 제왕에 쓰인 소프트웨어 제작팀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영화에서 오크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설계한 프로그램을 이용, 안전한 도로횡단을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그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며 응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호킨스는 이를 두고 “창의성은 바로 이렇게 생긴다. 누군가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낚아 채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언가를 개선시키는 데 결정적 방법을 찾아낸다. 처음엔 혼자만의 아이디어 수준이겠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모두에게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했다.

그러면 인간은 언제 창의성을 발휘할까. 이와 관련된 독일의 영화감독 헤르만 바스케의 일화가 있다. 그는 다방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창조하는 이유를 물었다. 작가 귄터 그라스는 “꼭 그래야 하니까”, 시인이자 음악가 로리앤더슨은 “대안이 너무 지루해서”,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럴 필요가 있어서”,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모른다”고 답했다. 다들 특정 목적의식에서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동기에서 창조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무작정 창조경제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의력 그 자체와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무엇을 발명할 때 사람들은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말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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