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壬辰)년 새해 국내 증시와 재테크 시장을 좌우할 키워드로 'EㆍHㆍE'가 뜨고 있다. 2011년에 이어 새해도 유럽(Europe)위기는 우리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최근 들어 위기의 완화 조짐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한 투자접근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에 갓 출범한 토종헤지펀드(HedgeFund)는 고액 자산관리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롱쇼트매매 등을 통해 6~8%대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저금리가 이어질수록 고액자산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과 12월에 예정돼 있는 총선과 대선 등 선거(Election) 이벤트 역시 증시에 무시 못할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urope 새해 상반기에 집중된 국채 만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 하는 게 최대 관심이다. 최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급등(채권 값 급락)하면서 유로존 금융기관의 손실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2~4월에 대규모 채권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1월까지 국채금리를 내리지 못하면 이탈리아가 구제금융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충격의 늪에 빠지고 이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이 재개될 수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은 그랜드플랜 합의로 총론은 통과됐지만 이탈리아 위기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더 충격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올 상반기까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시장 개입한도를 얼마나 높일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위기를 넘긴다 해도 유로존 각국의 선거일정 등으로 강력한 정책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가능성은 상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복잡한 구제절차를 밟았던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 처리 해법은 ECB의 개입 확대만으로 단순 해결할 수 있어 그나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오 팀장은 "이탈리아 문제를 해결할 키를 쥐고 있는 ECB가 이탈리아 국채매입 확대 등의 의사결정만 확인되면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Hedge Fund 자산관리시장에서는 2011년 말 갓 출범한 토종헤지펀드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토종헤지펀드에 대한 투자가 계열사나 자체 자금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운용경험이 쌓이고 수익률이 어느 정도 선방을 한다면 초고액 자산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이 증시등락에 관계없이 '시중금리+α'의 절대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새해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 올해 규제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규제를 적극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헤지펀드의 매매전략은 저평가된 종목을 사고(롱), 고평가된 종목을 파는(쇼트) 이른바 롱쇼트전략을 주로 구사하는데 이렇게 되면 고평가 종목의 주가는 내려가고 저평가된 종목의 주가는 올라가 리밸류에이션(재평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학균 팀장은 "토종헤지펀드의 자금도 1,500억원 수준이고 기관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증시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롱쇼트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lection 4월과 12월에 치러질 총선ㆍ대선 등 선거 이벤트도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양극화 해소'와 '복지'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반기업적 정책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센터장은 "올해 총선ㆍ대선의 공약은 양극화 해소에 맞춰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의 희생이 필요한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여야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해도 대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거가 증시에 호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입증된다. 1995년 이후 총선과 대선 등 총 8번의 선거 기간 중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절반이 넘는 5번을 기록했다. '선거시즌=경기부양'으로 인식돼 주가상승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김학균 팀장은 "경기 사이클도 하강 국면에 있고 친기업 정책을 펴기에도 한계가 있어 올해 선거는 증시에 중립이거나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선거는 내부 정책적 이슈로 볼 수 있는데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흐름에 민감한 대외의존형이다 보니 증시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총선이나 대선은 증시에 중립적인 변수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