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혹독한 긴축으로 신음하는 스페인에서 이번에는 현대판 '로빈후드'가 등장했다.
11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지난 7일부터 과격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까르푸 등 슈퍼마켓을 약탈해 훔친 음식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의적(義賊)' 활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슈퍼마켓에 무작정 들어가 수십대의 카트에 음식물을 가득 채운 뒤 계산하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방식으로 사실상 강도짓을 벌였다.
이번 슈퍼마켓 강탈에는 현직 시장이 가세해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안달루시아 중심도시인 세비야 인근의 작은 마을인 마리날레다에서 1979년부터 33년간 시장직을 맡아온 후안 마누엘 산체스 고르딜로(사진)가 주인공이다. 산체스 시장은 물건을 직접 훔치지는 않았지만 약탈이 일어난 상점 옆에서 확성기를 들고 "먹을 것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며 "우리 중 누군가는 이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한다고 외치며 시위를 이끌었다. 그는 약탈행위가 무능력한 정부에 대한 상징적이고 평화적인 대응이라고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10일 5명을 긴급 체포했지만 산체스 시장은 판사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약탈에 가담한 배경을 설명하는 조건으로 연행 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