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사고로 사망한 예멍위안, 왕린자의 고향인 중국 저장성 장산 시내의 쉬장공원에는 8일 38도 안팎의 무더위 속에서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웃이자 친구였던 두 여학생을 애도하고 명복을 비는 행사를 가졌다. 9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행사 참가자들은 대부분 숨진 두 학생의 모교인 장산중고교 학생들로 공원 바닥에 촛불로 장식한 큰 하트 모양과 두 여학생의 영문 이니셜을 에워싼 채 희생자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이들을 추모했다.
참가자들은 "예멍위안ㆍ왕린자, 집으로 돌아오렴. 어서 빨리 돌아오렴!"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두 학생의 명복을 비는 글을 써넣은 종이 풍선을 하늘에 날리기도 했다.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추모 열기가 뜨겁다. 9일 CNN에 따르면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에는 8일 하루 동안 '보잉777 충돌'에 관한 글이 170만건 이상 올라왔으며 이중 상당수는 두 여학생에 대한 애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각종 매체를 통해 두 소녀의 생기 넘치던 생전 모습이 알려지면서 미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은 여고생들의 짧았던 생을 안타까워하는 중국인들의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왕린자와 예멍위안의 반 친구 등의 말을 인용해 초등학교부터 각별한 친구였던 두 소녀가 외향적이고 매사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두 소녀 모두 학급 반장이자 학교 방송국 간부로 활약했다. 왕린자는 그림과 문예에 관심이 많았으며 예멍위안은 음악과 무용에 재능이 많아 최근에는 에어로빅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왕린자의 이웃집에 살던 한 남학생은 그가 '열정적'이고 '이해심이 많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16세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으로 15일간의 캠프 프로그램에 함께 참가한 두 여학생은 미국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사고로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초등학교 시절 이들의 담임을 맡았던 한 교사는 앞서 쉬장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둘은 매우 우수한 학생이어서 앞으로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었다"며 제자들의 죽음을 애석해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이 참가한 여름 캠프는 15일간 스탠퍼드와 USLA 등 유수의 대학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사와 학생 등 총 35명이 참가했었다. 프로그램 참가학생들이 미국에서의 여름을 지낼 예정이던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 밸리 크리스천 교회에서는 이번주 후반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아까운 젊은 목숨을 잃은 중국에서는 사고의 파장이 다각도로 확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아시아나항공의 공식 사과문이 시나웨이보에 올라온 후로 분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가 '인턴'이었다는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의 불똥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까지 튀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에게 다른 자녀가 있었다면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하나뿐이던 자녀를 잃은 부모는 모든 것을 잃게 됐다"며 당국의 정책을 비난했다.
두 소녀의 부모는 8일 중상을 입은 다른 두 여학생들의 부모와 지방정부 관료들, 학교 행정책임자 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