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7월3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박희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경제살리기의 횃불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박 후보는 29.7%의 득표율로 정몽준 후보(25.6%)를 꺾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겨냥한 이 대통령 친정 체제가 당에 구축된 것이다.
#. 2014년 7월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화합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경선에서 주고받은 서운한 감정을 잊고 하나가 돼달라"고 말했다. 국가혁신을 위해 친박근혜계 주류를 대표하는 서청원 의원과 한때 친박 핵심이었다가 비주류 좌장으로 자리 잡은 김무성 의원의 화해를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새 지도부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며 정부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이뤄야 할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았다"며 "가물 때는 강바닥에 쌓여 있는 묵은 오물을 청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전대에 참석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 의원 등 친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김 의원이 새 대표가 될 경우 수평적 당청관계가 이뤄지며 친정 체제 구축이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활기찬 민주정당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오는 2016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자연스레 2017년 대선 경선판을 짜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된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전대 참석 공개가 늦춰지면서 친박 주류에 대한 힘 싣기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대 전날 전대장에 참석하는 대의원을 제외하고 전국 시·군·구에서 핵심·일반당원과 청년선거인단의 투표가 진행됐고 12~13일 국민여론조사(30% 비중)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권력을 나누지 않는 박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당의 권력이 비주류에 넘어가는 것을 원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