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고나 안전사고·화재와 같이 익숙한 위험 요소뿐 아니라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나 음식물 내 환경호르몬, 첨단 전자제품의 전자파 방출, 개인정보 해킹 등 불과 얼마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 요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도 경계해야 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안전지대는 이제 사라진 것인지 두려움이 앞선다.
이러한 위험 요소의 진화는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인류사회가 이뤄온 산업기술 발전에 따른 것이다. 최근 미국 내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진보된 형태와 자재를 사용한 건축물은 우리의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었지만 각종 합성소재로 인해 화재 진행속도가 20세기 초에 비해 8배나 빨라졌다고 한다. 인류가 이뤄낸 진보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진화하는 생활 속 위험 요소에 대해 우리는 어떤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필자는 안전의식 혁신이 출발점이라고 본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주는 달콤하고 멋진 열매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이 발생시킬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소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으로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때로는 대가도 별도로 치러야 한다. 보다 효율적이며 풍요로운 생활을 위한 기술적 모험과 시도는 마땅히 장려할 일이지만 이면에 지금의 안전에 대한 충분조건은 물론 안전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미래의 도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 준비를 갖춰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을 나누던 전통적 경계를 넘어 이종 산업 간의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안전에 중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이 만나 핀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기고 자동차와 전자 기술이 만나 무인자동차라는 새로운 제품 영역이 등장했다. 손안의 핸드폰으로 스마트홈과 스마트차를 움직일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이러한 새로운 영역과 제품에 예상치 못한 복잡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UL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인증기업들은 모바일 결제, 지속가능 에너지, 자동차 내의 공기 질, 시스템 해킹, 독성물질 탐지 등 새롭게 대두되는 신규 위험 요소들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하게 연구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각광받는 3D프린팅의 안전에 대해 세계 인증업계 내 논의가 시작됐다.
현대 사회의 진화하는 각종 위험에서 우리를 지키는 첨병은 기업뿐이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위험 요소에 대한 본질적 연구를 비롯해 진화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테스트 방법론과 장비, 절차, 표준 제정 등 제도적 장치들을 확충해나가야 한다. 위험은 항상 불시에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빈틈을 파고든다. 기술 혁신은 늘 안전으로 완성된다는 명제를 결코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