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 쪽지예산 챙기면서 '공직개혁법'은 딴죽 거나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4,500억원을 증액했던 국회가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기 위한 개혁법안 처리엔 180도 표정을 바꿔 딴죽 걸기에 여념이 없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 가운데 지역 SOC 예산은 올해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부분 막판에 집중적으로 예산안에 반영됐고, 이른바 실세 의원들 지역구에 고루 배정됐다고 한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단이 거둔 실적은 꽤 짭짤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공직개혁 법안' 처리는 전혀 딴판이다. 법사위는 3일 '관피아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고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에 대한 집중 심의를 또다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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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법안이 입안된 것은 그만큼 절박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은 원전비리와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퇴직 공직자를 매개로 한 민관유착이 국민 안전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정부·공공기관의 관리감독 기능을 철저히 무력화해온 사실을 똑똑히 목격했다. 공직사회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그리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착근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지지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민관유착과 고위 법관·검사 등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것이 주내용이다.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증을 가진 고위공무원 등이 법무·회계·세무법인에 재취업할 경우에도 취업제한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의원이 많은 법사위가 법안을 트집 잡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은 처벌을 받는 부정청탁의 기준이 모호하고 금품을 받은 공직자 가족의 범위가 넓다는 지적을 받아오긴 했다. 하지만 원안을 개악·무력화하려는 국회의 모습은 지극히 위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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