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말레이시아중앙은행(BNM)은 자국 외환보유액이 지난 7월31일 현재 967억달러(3,647억링깃)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1,005억달러를 기록했던 지난달 15일 이후 3.8% 줄어든 규모다. 블룸버그는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밑돌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은 말레이시아 단기 외채 총액의 약 1.1배 수준이다. 또한 현재 계약된 수입물량 7.6개월치에 대한 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의 하한선은 3개월치 수입물량을 치를 수 있는 수준이다. 대외무역수지 역시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위험수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링깃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7일 "링깃화 가치가 이번 주 들어 5일 연속 17년래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2.8% 하락했다"며 "선물계약들을 보면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평가절하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탄(외환보유액)을 소모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BNM은 최근 수차례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약효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환투자자들은 링깃화 약세 쪽에 한층 더 돈을 걸고 있어 통화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링깃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해도 11% 가까이 하락해 7일 장중 달러당 3.9265링깃의 환율에 거래되고 있다.
링깃화 약세는 대내외 악재가 복합된 결과다. 대외적으로는 달러화 강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약세가 말레이시아 통화 몸값을 깎아 내리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건설투자 등 경기부양용으로 조성된 정부 투자기금인 '원 말레이시아 개발기구(1MBD)' 관련 스캔들이 현지 정부의 정치적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