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사상최대의 이익을 올린 시중은행들이 키코(KIKO)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배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강제집행정지를 남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줄지어 폐업하고 있다.
피해 중소기업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키코 손실로 자금압박이 매우 심각해 재판 배상금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경직된 규정과 항소 등을 이유로 사법부의 가집행 판단에도 불구하고 한푼도 주지 않아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최근 1,299억원의 배당잔치를 벌인 한국씨티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배상금인 280억원을 16개 키코 중소기업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샤일록'식 행태는 어려움에 처한 중소업계의 재기를 돕기는커녕 최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상생 노력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어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중소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36개 키코 피해 중소기업들이 1심에서 은행 측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받아 부당이득금의 일부분(10~50%)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판결(일부 인용)을 받았다. 그러나 어렵게 일부 승소를 이끌어내고도 법원이 명한 배상금을 손에 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상급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피해보상 금액을 먼저 지급하라는 재판부의 판단(가집행)에 은행들이 '강제집행정지' 신청으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강제집행정지는 항소의 필수절차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점에서 은행들이 고객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등 절박한 상황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섬유업체 A사 등 일부 기업은 재판에서 멀쩡히 이기고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ㆍ폐업 등 파국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피해기업은 "씨티은행이 미국의 모기업에는 매년 1,000억원대의 고액배당을 하면서 피해 중소기업에는 수억원의 배상금도 아까워 항소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