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中, 제주 땅 잠식'은 과장… 투기자본 막고 국부 창출할 것

난개발·먹튀 우려있지만 유치한 자본 효율적 활용이 중요

JDC에 외국인 면세점 허용… 외지로 빠져나가는 돈 막아야

국제학교 추가 유치위해 이익잉여금 전출문제도 해결 필요



"중국 인구가 15억명이면 매년 300만명씩 제주에 방문한다고 가정해도 500년이 걸립니다. 거대 잠재시장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유치된 자본이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김한욱(66·사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지난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JDC 투자자 가운데 중국 자본 편중현상을 우려하는 바를 잘 알고 있지만 중국 자본이 관광객을 유치하고 제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인 점은 분명하다"며 "건전한 투자가 확대되고 인적교류도 늘려 국부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DC는 면적이 1,849㎢에 달하는 제주도를 명품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감귤과 관광사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국제자유도시 시범지구 조성을 위해 2002년 JDC를 설립했다.

JDC는 현재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영어교육도시, 신화역사공원,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 등 6개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JDC의 산파역을 맡은 사람이 바로 김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1997년 국가가 IMF 환란위기를 맞았을 때 제주도에서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며 "홍콩과 마카오가 2년 만에 중국에 편입되는 것을 보고 중국이 1국가1체제로 간다면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자유무역지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중국과 일본 등 경제대국으로 둘러싸인 제주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잘 살려 명품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

그는 "제주도는 지정학적 장점뿐만 아니라 홍콩이나 마카오에는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싱가포르의 3배가 넘고 홍콩의 2배로 면적도 충분한 만큼 섬이라는 독특한 전통문화를 장점으로 살리면 제주도가 21세기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각되고 국가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JDC의 핵심 사업인 신화역사공원과 헬스케어 사업은 모두 중국의 거대 자본을 유치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지난해 홍콩의 란딩과 싱가포르의 겐팅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인 람정제주개발을 통해 1조9,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복합테마파크·호텔·컨벤션센터·콘도미니엄 등의 순으로 오는 2018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헬스케어 사업은 헬스케어센터와 전문병원·의료R&D센터 등 복합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JDC가 중국 상하이시가 최대주주인 녹지그룹으로부터 총 1조원을 유치해 현재 건축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6년 개관이 예정돼 있다.

특히 헬스케어 사업은 우리 정부가 역점으로 삼고 있는 해외환자 유치사업의 선도 모델로 중앙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다.

김 이사장은 "외국 의료기관을 유치해 내국인 환자까지 받다 보면 영리법인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에 한해서만 유치를 하기로 했다"며 "주된 분야는 건강검진과 성형, 피부미용, 산부인과 불임센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JDC 사업의 대부분을 중국 자본의 투자로 진행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난개발이나 혹시 모를 '먹튀'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재미있는 통계치를 꺼내놓았다. 그는 "외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내 토지 역시 전체 국토면적의 0.74%에 불과하고 이를 100으로 봐도 중국인은 0.43%에 불과해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며 "투자자본의 중국 편중에 대한 우려는 잘 알고 있지만 중국 자본이 관광객을 유치하고 제주의 경제성장에 일조하는 바가 큰 만큼 투기자본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컨드하우스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주의 인구가 무한대로 팽창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반대라는 소신도 밝혔다.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제주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게 좋지만 지하수 물 부족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을 생각할 경우 무조건 환영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JDC의 모든 사업은 난개발을 지양하고 환경파괴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제주는 섬이고 아름다운 환경을 갖고 있는데 이 같은 가치가 훼손되면 복원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JDC가 제주교육도시 내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하면서부터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에는 NLCS와 BHA·KIS 등 3개의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2016년에는 미국 명문학교인 세인트존스버리아카데미가 개교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2011년 개교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NLCS 학교는 국내 학교를 선택한 2명 외에 나머지 52명 전부가 미국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영국 케임브리지·옥스퍼드 등 세계 100위권 대학에 합격했다"며 "내년에도 5억원 정도 장학사업을 확대하고 동·하계 영어캠프를 개방해 해외연수에 따른 국부유출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DC는 앞으로 4~5개 국제학교를 추가로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장애물도 적지 않다. 국제학교들은 영리법인임에도 법인회계로 이익잉여금을 전출하는 길이 막혀 있어 외국인 학교를 추가로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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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익잉여금 전출이 안 돼 학교 유치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 건의해 현재 제도개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참여제한 문제도 JDC 입장에서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다.

현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외국인 면세점 신규사업자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금 10억원 이상이라는 입찰 참여 자격제한에 막혀 JDC는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지 못하고 있다. JDC 설립과 동시에 개점해 매출이 정체돼 있는 내국인 면세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그는 "JDC는 정부로부터 국비지원 대신 면세사업 수익을 통해 국제화 자유도시 개발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내국인 면세점이라는 한계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외국인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자본금이 없고 자산만 1조원에 달하는 JDC가 외국인 면세점 사업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것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230만명 가운데 189만명이 제주도를 다녀갔지만 외국인이 JDC 면세점을 이용한 비율은 2%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인천에서 서울·제주 순서로 들어오는 관광객은 내국인 면세점을 접할 기회가 없다"며 "대기업 면세점만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에 돈이 환원돼 제주도 개발에 사용되기보다는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JDC는 작은 희소식을 듣기도 했다. 현재 400달러인 내국인 1회 면세 한도를 600달러로 상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면세점 한도 상향으로 매출이 25~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정부와 국회에 감사하다"면서도 "한화로 면세 상한이 160만원선인 중국 하이난이나 220만원인 일본 오키나와에 비해서는 부족한 상황이므로 적어도 우리나라도 1,500달러까지는 상한선을 푸는 것이 국가 세수증대는 물론 JDC 이익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DC는 앞으로 개발중심에서 사업관리체계로 경영목표를 조정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의 투자유치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김 이사장은 "제주만의 친환경적인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지속 관리해 홍콩·싱가포르와는 차별화된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He is…

△1948년 제주 △1964년 오현고 △1993년 제주도 공보관 △1997년 제주도 기획관리실장 △2002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학사 △2003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 △2004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2004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석사 △2013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9급 말단서 행정부시장까지… 공직사회 입지전적 인물

■ 김한욱 이사장은

"11남매 가운데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졸업한 사람은 저 혼자입니다. 당시에는 대학에 들어갈 돈이 없어서 대학입학을 엄두도 못 냈습니다."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공직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첫 출발은 동사무소의 말단직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멈추지 않았다. 제주시청과 도청, 2003년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나서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로 고향에 돌아와 공직생활을 마쳤다. 9급 말단부터 시작해 중앙부처 1급, 지방자치단체 정무부시장까지 맡은 사례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김 이사장은 "행자부 산하 국가기록원장을 역임할 당시 전 직원 가운데 고졸은 혼자였다"며 "고위직까지 올라간 것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의 학구열은 남달랐다고 한다. 그의 성장 밑천이다. 지난 1973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김 청장은 30년이 지난 2002년에야 졸업장을 받아들 수 있었다. 그는 "대학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입학했는데 워낙 바쁜 부서만을 맡다 보니 출석을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무려 네 번 재적을 당하고 다섯 번 재입학을 해서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자식뻘인 졸업동기생들과 졸업장을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만학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행자부 산하 국가기록원장이 된 후에도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공부해 2004년에는 고려대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 이사장은 "입학 당시만 해도 면접관이 진짜 학교를 다닐 의지가 있는지 의심했지만 모든 것을 걸고 다니겠다고 약속했고 한 번도 결석을 안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취임 이후 JDC의 경영성과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직쇄신을 단행했다. 김 이사장 취임 전인 2012년 말 JDC의 부채비율은 176%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당초 20개였던 부서를 17개로 슬림화하고 재무상태가 매우 열악했던 자회사 ㈜해울을 경영정상화 궤도로 끌어올렸다.

JDC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 7월 말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중간평가에서 '방만경영 점검기관'에서 해제됨과 동시에 전년도 최하위(E등급)였던 경영평가 등급이 공기업 최고등급인 B등급으로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111.9%로 눈에 띄게 줄어들자 JDC의 부채감축 사례에 대한 호평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어졌다. 사실 JDC의 열악한 재무상태는 매년 도마 위에 오르는 국감장의 단골메뉴였다.

김 이사장은 "취임 당시 금융부채액이 2,860억원이었지만 외자유치를 통해 2,060억원을 상환했다"며 "금융부채 목표연도로 삼았던 오는 2017년도를 2016년도로 앞당겨 잡을 정도로 부채 문제 해결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이호재기자

대담=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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