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약 두 달에 걸쳐 외국인이 내던진 국내 주식만 3조원이 넘는다. 특히 외국인은 전차(電車)군단을 비롯해 조선·철강·화학 등 코스피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경기 민감주를 집중 매도 타깃으로 삼으면서 지수하락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중소형주는 꿋꿋하게 버티면서 연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끈다. 시장 전문가들은 "3·4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실적부진이 예상되는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럴 때 환율 변동성과 실적, 수급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다시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실적부진)가 올 때는 밖(대형 수출주)을 보기보다는 안(중소형 내수주)을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집중됐던 지난 두 달(9월1~10월21일)간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지수 수익률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전자·조선·철강 ·화학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주로 속해 있는 대형주의 수익률은 코스피 전체 수익률(-7.38%)을 밑돌았다. 외국인은 이 기간 2조7,533억원어치의 대형주를 내다 팔았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금액 (3조925억원)의 89%에 달한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인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반면 중소형주는 낙폭이 적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외국인 순매도 구간에서 중형주는 -2.12% 수익률로 선방했고 소형주는 오히려 0.8% 올랐다. 이 기간 외국인은 중형주를 2,533억원 순매도, 소형주는 163억원 순매수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하는 대형주는 올 3·4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성장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나머지 시총을 구성하는 종목들 중에서 옥석을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3·4분기 어닝시즌이 개막된 만큼 중소형주 가운데 실적이나 모멘텀이 양호한 개별 종목들을 찾아볼 만하다.
현대증권이 코스피 중소형주 가운데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될 종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가 339.75% 증가율로 가장 앞섰다. 이어 신세계인터내셔널(261.3%), 동양생명(100.7%), 아시아나항공(020560)(53.1%), 한진칼(45.8%), CJ CGV(29.7%), 동원F&B(25.2%) 등의 순이었다. 코스닥 중에서는 컴투스(078340)(45,122%), OCI머티리얼즈(036490)(4,083.5%), 산성앨엔에스(016100)(1,805.3%), 메디톡스(086900)(394.8%), 게임빌(063080)(157.8%), 원익IPS(030530)(107.35), 제이콘텐트리(88%) 등이 꼽혔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는 대형주는 가능한 피하고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중소형 지주사나 현금·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자산주 등 스토리가 있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동차·반도체·소프트웨어·IT하드웨어의 경우 중소형주는 3·4분기에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업종이 부진해도 그 속에 숨은 진주를 찾으라는 것이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들 업종에 속한 중소형주는 환율 영향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고 해외 성장 모멘텀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라면서 "대형주의 실적 모멘텀을 기대할 수 없다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안에서 회사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옐로칩 종목을 선별해보는 것이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