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특별 인터뷰]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주임

시진핑 전례없이 강경한 對北정책… 北때문에 韓中관계 훼손 원치않아


中, 9월 3일 전승기념일 행사… 박근혜 대통령 참석여부에 큰 관심

한반도 사드 배치하더라도 한중관계 치명적 변화 없을 것


中은 경제·군사 모두 대국 목표… 국방비 두자릿수 증가 유지 예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외전략 중심을 군사에서 경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군사력 확대를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은 경제와 군사 모두 대국을 목표로 합니다." 스인훙(64·사진)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주임은 "중국의 대외전략을 단편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력 확대를 통한 대외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동·남중국해, 서태평양 등에서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군사력 확대도 중국 대외전략의 중요한 축이라는 지적이다. 스 교수는 이 같은 시 주석의 대외전략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것이 '해양굴기(海洋堀起)'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해양력 확대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경제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의 태평양 해양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중국 국제관계 학계에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몇 안 되는 전문가다. 특히 외교부 자문을 통해 정책 수립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그는 총리가 직접 지명하는 자문그룹인 58명의 국무원 참사 중 한 명이다. 최근 인민대 근처 호텔에서 만난 스 교수는 거친 장쑤성 사투리로 중미·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했다.

스 교수는 9월 중국의 전승기념일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한중관계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행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시진핑 정부 3년을 평가한다면.

△18대 전국인민대표회의 이후 시 주석은 4개 전면(소강사회·개혁심화·의법치국·당풍쇄신)을 국가전략으로 제시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반부패 정책을 통해 중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과거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 대책이 있다'는 식의 중앙과 지방이 따로 놀던 현상도 사라졌다. 반부패 정책의 가장 긍정적인 점은 중앙의 지시가 하부에서 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전면적인 개혁을 어떻게 완성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대외정책에서는 핵심이익을 위해 군사적 행동도 불사할 정도로 강한 면을 보였다. 물론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닌 만큼 이런 군사적 갈등을 경제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대외정책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말인가.

△시진핑 정부 이후 실질적으로 매우 강력한 군사 전략을 채택해왔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군사적 경쟁을 하고 동·남중국해에서는 일본과 맞서 군사적 대항을 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인공섬은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중국도 군사충돌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전략적 변화가 일대일로, AIIB 출범 등이다. 시진핑 정부는 대외전략에서 과거와 달리 경제전략에 좀 더 힘을 싣고 있다. 그렇다고 군사력이 약화된다는 말은 아니다.

-중국 군사력의 변화가 있다는 의미인가.

△지난 20년 동안 중국 정부와 인민의 가장 큰 소망은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되는 동시에 군사 강국이 되는 것이었다. 핵전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 확대도 중요하다. 여기에 우주전략도 유지해야 한다. 적어도 시진핑 주석 집권 기간 동안에는 두자릿수 이상의 국방비 증가가 유지될 것이다. 항공모함도 중국의 원양 전력 유지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최소 4~5척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 등으로 외국의 내정불간섭 원칙에 변화가 따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중국은 불간섭 원칙을 지속해갈 것이다. 내정불간섭은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중대한 원칙이기도 하지만 중국에 대해 외국이 지켜야 할 원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는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역할이 있을 때, 해외 자산 및 중국인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다.


-일대일로의 완성 시점을 언제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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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는 거대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다. 20년이나 30년 후 일대일로가 실현된다면 아시아와 서태평양, 인도양 동부 지역의 경제·정치구도를 바꿀 것이다. 일대일로로 중국은 주요 거점 지역에 전략시설을 건설하게 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 대한 중국의 외교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시진핑 정부 이후 한반도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나.

△시 주석은 전례 없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이 중국에 보여준 태도는 중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덩샤오핑·후진타오 시대에도 중북관계에 곤란한 상황이 있었지만 중국은 남북한에 동등한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시 주석은 북한 문제 때문에 중한 관계를 훼손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후 다른 지역에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가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다. 사드는 중한관계에도 분명히 부정적이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는 '불완전한' 수준이어야 한다. 다만 사드 배치가 한국이 아닌 미국의 요구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중한관계에 치명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9월3일 전승기념일 참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석할 것으로 보는가.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김정은을 억지로 초청하지 않는다. 일본과 러시아가 김정은에 손을 내밀지만 중국은 북한에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다. 일본과의 대척점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에 행사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김정은의 참석보다 미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참석은 중국 정부에 감동을 줄 것이다.

-전승절 이후 중일관계에 진전이 있지 않을까.

△지난해 10월 중일 4개 정치문건 합의 이후 중일관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민간 부문의 경제교류는 물론 군사적인 협의도 일부 진행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 이후 3년간의 갈등상황에 비춰보면 큰 변화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혔고 중국도 일본을 겨냥해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대화 속에서도 일본을 겨냥한 군사 전략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스인훙은 누구

서방언론 초대 많이 받는 중국 국제관계 전문가
대외정책에 영향력도 커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주임의 답변은 명료하다. 답을 피하거나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법이 거의 없다. 중국 대표 포털인 바이두에서 그를 검색하면 '중국 국제정치 일류학자'라고 소개한다. 바이두 인물검색에서 보기 드문 평가다. 그래서인지 서방언론은 물론 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고 초대받는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중국 대외정책의 핵심인 신형 대국관계에 대해 스 교수는 발전적 비판론을 견지한다. 중미관계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다. 중국이 합리적 기준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약력 △1951년 3월 장쑤성 쑤저우 △1979년 난징대 역사학과 졸업 △1988년 난징대 국제관계학 박사 △1993~1998년 난징대 국제관계사 교수 △1996~2002년 중국 미국사연구회 회장 △1998년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 △2001년~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 미국연구중심 주임 △2011년 국무원 미국관계 참사(자문관) △주요 저서 '국제정치와 국가전략' '현대국제관계사' 등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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