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구조 문화도 국격에 맞게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사람, 또는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흔히 쓰는 속담이다. 그러나 속담은 속담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기막힌 일들이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요즘 유행가 가사에 "당신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갈거야"라는 가사가 있고 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유명한 선전문구가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은 사람들이 119구급대원이다. 119구급대원들은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다. 시민들이 병원에 데려다 달라면 데려다 주고 생명이 위급한 사람에게는 심폐소생술(CPR)을, 뼈가 부러진 사람에게는 2차 부상을 방지하게 위한 응급처치도 해준다. 아파트로 주택으로 산으로 들로 바다로 시민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달려가는 사람들이 바로 119대원들이다. 119대원들의 애환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지만 그것을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는 기가 막힌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대한민국의 119대원들은 기꺼이 보따리를 찾으러 물속으로 뛰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준 뒤 돌아오는 폭행만은 참을 수가 없다. 공권력의 침해니 공무집행방해니 하는 거창한 말은 하기 싫다. 다만 자기를 구해주고 치료해주고 병원으로 데려다 주는 은인 같은 사람을 때리고 폭언하고 시비 거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국격(國格)이란 말을 많이 쓴다. 한 나라의 국격을 결정하는 척도는 바로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사건은 전국적으로 지난 2008년에 71건, 2009년에 66건이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104건이 발생했는데 보고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실제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우며 심각한 현실이다. 진정 이렇게 파렴치한 하류국민으로 살아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소방관은 수십년간 그야말로 열악하고 척박한 환경을 견디며 오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일해 왔다. 우리 소방은 2010년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를 무려 30% 이상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화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이 숭고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은 오직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것이기에 이 끝없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밀어주시고 당겨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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