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성장률·금융기관 정리 “팽팽한 대립”/IMF 막판 협상 이모저모

◎내년 2.5%선 요구에 청와대서 이의 “진통”/임 부총리 “큰줄기 잡혀” 지하밀실서 최종 담판○…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9, 30일 이틀 연속 밤샘협상까지 벌이는 과정에서 가장 이견을 보였던 부분은 경제성장률과 금융기관 정리문제. IMF측은 내년 경제성장률로 2.5%를 요구했고 우리측은 4∼4.5%를 제시, 양측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으나 30일 하오 우리측이 3.8% 수준까지 성장률 목표를 낮춰 제시하면서 협상이 조금씩 진전. 정덕구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는 이날 하오 5시께 『IMF측이 성장률에 대해 너무 빡빡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다소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3%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을 시사. 또 금융기관 정리문제와 관련, IMF측은 당초 12개 부실종금사를 조만간 폐쇄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날 협상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고 정의동 재경원공보관은 설명. 정공보관은 양측 합의문에 금융기관 정리문제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 ○…지난 29일 하오 IMF의 정책권고서가 재경원에 통보되자 이날 밤부터 재경원과 IMF는 본격협상을 시작. 당초 예상보다 협상이 빨리 시작된 것은 우리 외환보유액에 대한 실상이 대외적으로 공표된 것보다 훨씬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IMF측이 파악하면서 재경원이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 재경원과 IMF는 29일 밤샘협상에서 구제금융 조기 지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30일 상오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 하오에 국무회의를 거쳐 재경원이 합의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0일 상오 11시께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청와대에 보고를 마치고 온 후 하오 국무회의가 취소되고 추가 협상에 들어가 이틀째 밤샘협상에 돌입. 임부총리 등 재경원은 IMF의 정책권고서 내용이 대체로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으나 청와대측에서 성장률을 낮추라는 부분에 대해 대량실업 문제 때문에 이의를 제기, 거시경제목표 전체의 골격이 흔들리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회귀. 또 부실금융기관 즉각 정리문제도 재경원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틴 부분. 임 부총리는 청와대에 다녀온 후 하오 2시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고도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한꺼번에 성장률을 낮추면 대량실업문제가 발생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금융산업구조조정도 국민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하오 10시께 임부총리는 협상도중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줄기는 잡혔다. 새벽까지 협상이 계속될 것 같다. 성장률 수준과 12개 종금사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IMF 협상단이 다시 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1일 발표내용에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 힘들 것이다』라고 설명. 임부총리는 이날 협상 도중 서너차례 외출한 후 다시 돌아와 협상을 재개, 청와대에 수시로 경과를 보고하고 즉각 지침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하오 10시10분께부터 임부총리와 나이스 단장 등은 19층 숙소에서 호텔 지하 밀실로 자리를 옮겨 협상을 최종 마무리. 같은 시간에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도 긴급 이사회가 소집돼 협상 최종안을 놓고 서울과 워싱턴에서 함께 숙의하는 모습.<최창환·권홍우·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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