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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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일간지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설명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적절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어떻게 이런 결론을 도출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었다. 미사일이 발사되면 이를 탐지하는 데 1분, 요격부대를 결정하고 명령을 하달하는 데 1분,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13초 등 총 2분13초가 걸린다고 한다. 군사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문제는 북한 미사일이 2분13초보다 빨리 도착하는 데 있다. 따라서 미사일에 대한 대응시간을 줄일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홍수 대응시간 확보 방안 필요
미사일의 예처럼 분초를 다투는 것이 많다. 도시 홍수도 그중 하나다. 도시 홍수는 한강과 같은 대하천 유역에서의 홍수와는 특성이 크게 다르다. 한강 유역에 큰 비가 오면 하류인 서울에 위협을 가할 때까지 최소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도시 유역에서는 그 시간이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십분 정도로 줄어든다.
도시 홍수 대응에 걸리는 시간을 하나하나 계산해보자. 비가 오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측정된 강우자료가 무선통신을 통해 관련 부처로 들어온다. 통상 10분에 한 번씩 전송된다. 이 자료는 자동으로 홍수예측 프로그램에 입력되고 몇 분 안에 결과가 계산돼 담당 공무원에게 전해진다. 이어 전문가적 판단으로 홍수위험 여부를 결정하는 데 몇 분,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일선 공무원에게 조치사항이 전달되는 데 몇 분 이상이 걸린다. 일선 공무원은 남아 있는 10여분 안에 배수펌프를 작동시키고 경고방송도 하고 시민들이 모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도시 홍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용한 대응시간이 너무 짧다. 어느 과정에선가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큰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담당자들에게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원인의 일정 부분은 인재(人災)로 기록될 것이다.
따라서 대응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시스템은 강우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무조건 경고방송과 주민대피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양치기 소년'이 될 가능성이 큰 게 문제다. 또 다른 방법은 강우 관측에서 경보 발생까지를 모두 자동화하는 방법이다. 전문가적 판단ㆍ명령 하달ㆍ필요한 기기 작동 등을 모두 전산화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대응시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다 레이더와 같은 첨단 강우 관측장비 이용을 구체화한다면 초단기 강우예보를 통해 추가 대응시간 확보도 가능하다. 빗물 침투시설ㆍ저류시설을 확충해 홍수 양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책들이다.
인명 피해 최소화 위해 노력을
도시 홍수재해 발생에 있어 재산상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의 경우는 다르다. 첨단화된 종합시스템 구축, 관련 공무원의 전문화, 정기적인 교육ㆍ훈련 등을 통해 인명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대유역의 홍수재해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해양부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도시지역이나 작은 하천 유역의 홍수재해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ㆍ소방방재청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 국가의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특히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갖춰야 하는 하나의 자격요건과도 같은 것이다. 현 정부도 부처 명칭에 안전이라는 두 글자까지 넣었을 정도로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다만 너무 서두르지 말고 기초를 단단히 다질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모양만 갖추면 결정적일 때 탈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