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기전망] 정부 "경제 예상밖 빠른 회복"

경기 진단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사이에 시각 차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의 지표상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전망치로 대표되는 재계의 시각은 훨씬 비관적이어서 대조를 이룬다.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향후 경제정책의 운용기조와 직결되는 중요 사안이다. 당면한 구조조정 작업의 강도와 속도, 재정·통화정책의 방향 등은 경기진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진작 정책에서 한발 물러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물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돼 종전의 예상치를 근거로 잡은 부양책을 액면 그대로 집행할 경우 자칫 경기과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시각 변화는 이미 여러군데서 노출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말 발표한 99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상과 달리 경기부양의 순서를 구조조정 다음으로 배치했다. 그전까지 경제정책의 화두는 단연 경기부양이었고 새해 정책방향에서도 경기진작이 최우선 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재경부는 구조조정 우선론으로 되돌아갔다. 재경부는 이에대해 『경기부양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구조조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내부적인 평가는 달랐다. 실물경기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경기부양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지적은 새해들어 구체적인 지표전망치의 변화로 뒷받침되고 있다. 강봉균(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은 올해 경제성장율을 상반기 0~1% 하반기 4~5%로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姜수석은 『이같은 전망은 가장 보수적으로 보았을 때이며 실제로는 더 높은 성장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康수석의 이같은 전망은 기존 예상치보다 1~2%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경기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비공식 확인하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지표인 경제성장율이 수정됨에 따라 향후 경기부양책의 강도가 수정될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구조조정 마무리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적극적 경기부양보다는 신중한 경기진작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할 조짐이다. 한마디로 경기부양을 필요이상 강조하기 보다는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구조개혁을 조속히 매듭짓는데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상무는 『한자리 수 금리와 환율의 고평가 상태에서 지나치게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또다시 금융버블 현상을 부를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율만 높이는 것은 한국경제에 또다른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디플레 우려가 제기되면서 경기부양론이 급부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정부가 굳이 노골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까지 없다는 판단이 우세해 진 셈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마무리와 적정한 경기부양이라는, 자칫 서로 맞설 수도 있는 정책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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