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00세 시대 연금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3> 수요자 중심 연금체계로

복지부-고용부-금융위 연금정책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을<br>부처별로 나뉜 칸막이에 공급자 위주 정책만 양산<br>연금청등새기구만들어 공적-사적연금 종합관리 실질적 노후책 강화 필요<br>연금저축 세혜택 확대 등 노후 빈곤층 최소화 통해 '일하는 복지' 연금체계로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고 있다.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은퇴 이후 노후설계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서울경제DB


연봉 4,500만원을 받는 직장인 이준모(40)씨는 국가연금청 사이트의 '노후설계 프로그램'에 로그인해 자신의 정년퇴직 후 희망 월 연금소득 200만원에 추가 노후 월 활동비 100만원을 입력했다. 정년예상 시기는 60세로 가정했다. 현재 남자 40세의 기대수명은 84세로 예상 은퇴시점부터 24년의 노후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자 현재 상태로는 100만원(국민연금 70만원, 기초연금 10만원, 퇴직연금 20만원)의 연금수급에다 추가로 보유주택을 활용한 주택연금 60만원을 합하면 160만원의 노후연금 수급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 연금소득 200만원을 맞추려면 소득공제가 되는 종신연금 저축에다 월 50만원 불입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여기에 추가로 월 노후활동비 100만원을 구하려면 현재 일부 보장성보험의 만기환급금, 적금 등 보유 금융자산이 2,5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정년 때까지 연 6%의 수익률을 내는 다소 공격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하다는 답이 나왔다. 이씨는 이 결과를 토대로 금융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나서 목표 은퇴생활을 하려면 외식비ㆍ사교육비 등을 줄인 돈으로 종신 개인연금 상품과 중위험ㆍ중수익을 낼 수 있는 증권사 월 지급식 주식연계증권(ELS)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씨의 사례는 미래 시나리오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개인연금 정책을 펴는 금융위원회 등 관련 연금부처는 물론이고 개인소득ㆍ재산정보를 제공하는 국세청도 연결되고 개인 금융자산 정보를 집중할 수 있는 유기적인 통합관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가능한 일이다.

◇연금정책 컨트롤타워 세워야=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연금정책을 펴려면 현재 공급자 중심인 국가 연금체계를 수요자(국민) 중심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한결같이 조언한다. 복지부의 국민연금, 고용부의 퇴직연금, 금융위의 개인연금 등 부처별로 쪼개져 있는 연금정책을 통합 운용할 수 있는 연금청 등 새로운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연금전문가는 "국민연금ㆍ퇴직연금ㆍ개인연금 등 각각의 연금을 관장하는 부처들이 제각각 최선을 다하지만 칸막이가 쳐 있다 보니 한정된 국가재원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종합적인 연금정책이 나오기가 요원하다"며 "이러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연금청이라는 정부기구가 있어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등 국민의 향후 연금상황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별로 중장기적인 정부 지원책을 펴나간다.


정부의 연금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것은 고령화 대비 국민의 노후 인식을 높이기 위해 현재 국민 개개인의 노후 대비상태를 종합 진단하고 이에 맞춰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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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은 "국민의 노후 대비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일명 '은퇴계좌'를 도입해 이곳에 국민연금을 포함해 퇴직연금ㆍ개인연금 등 은퇴 대비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계좌는 현재 국민연금처럼 차압 등으로부터 보호막을 형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 개개인이 현재의 은퇴준비 정도를 자각하고 노후에 대비해나가야겠다는 동기유발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 제도를 만들었지만 퇴사ㆍ전직시 언제든 중도인출이 가능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퇴직연금의 IRP를 넘어서는 총합적인 은퇴계좌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노후대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일하는 복지'연금 체계로 가야=이태열 보험연구원 고령화실장은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추가로 복지체계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복지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오는 2030년에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게 된다"며 "이같이 복지재원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공적연금과 함께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국민들이 스스로 노후대책을 세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연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연금보조금 지급 등 적극적인 사적연금 확대를 통해 노후빈곤층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며 "노후빈곤층이 줄어들면 몇 곱절로 사회복지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부 지원을 통해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일하는 복지'연금 체계로 가야 한다는 충고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2년 11월 발표된 한국연금학회의 '사적연금 활성화에 따른 사회적 편익 효과'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연금 가입률이 영국ㆍ독일ㆍ미국 등 선진 3개국 평균 수준의 24%로 올라갈 경우 빈곤층 인구가 감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적부조 형태의 사회복지지출 감소액이 3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인연금 가입률 제고를 위해 부여한 세제혜택으로 줄어드는 세수감소분 1,800억원을 감안하면 사적연금 활성화에 따른 복지 지렛대 효과가 20배 가까이에 이르는 것이다.

이병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고령화에 대비해 베이비부머ㆍ중소사업장 등 노후준비가 절실히 필요하거나 취약한 계층과 그룹을 대상으로 사적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여러 부처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동시에 국민들의 노후대책 인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노후준비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서 종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연금 포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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