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 "자금 이탈 막자" 선제 방어막

"10월 美 연준 양적완화 종료 충격파 온다"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에 印尼 외국인 재투자땐 인센티브

연기금 등 국채 투자 늘리기로

말聯은 기준금리 추가인상 시사



오는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완전히 끝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신흥국들이 선제적인 방어막 치기에 들어갔다. 연준이 10월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출구전략 시간표를 시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국가는 최근 미 경기호조와 맞물려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발생했던 지난해보다 더 큰 충격이 올해 말에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은 외국인 재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선제적 금리인상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티브 바스리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전날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가 끝나면서 금리정책 정상화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과 유동성 경색으로 신흥시장의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게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조치를 처음 시사한 후 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신흥국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인도네시아 역시 충격 진화를 위해 외환보유액 확충, 경상수지 적자 축소 등에 나서는 한편 기준금리도 지난해 1.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힘입어 올 들어 글로벌 자금이 다시 유입되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 대비 4%나 절상됐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인상 우려가 불거지면 해외 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바스리 장관의 설명이다. 더구나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 수요 감소 등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3%로 4년 만에 6%선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 7월 FOMC 회의록에서 일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강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투자 선호도가 낮아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8월 들어 신흥국에 유입된 해외 자본 규모는 90억달러로 5~7월 평균치인 380억달러보다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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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외국인 자금을 붙들기 위한 선제조치를 내놓겠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바스리 장관은 "외국인이 이익을 재투자할 때는 세금을 공제하고 배당금 세금을 면제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올 때 환차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출만기 1~3개월 전의 환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37%에 달하는 외국인 국채보유 비중을 줄여 금융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하지순례' 펀드, 연기금 등 국내 자금의 국채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인도 역시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인상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 불안감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지난달 31일 이례적으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인도는 1년 전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인 반면 외환보유액은 늘렸다"며 "성장률도 개선 기미를 보여 지난해 여름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자금이 한차례 발작적으로 유출되겠지만 인도는 여전히 유망한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말레이시아는 올 들어 동남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인 네가라은행의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질서정연한 금리 정상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조치 시사로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우려감 불식에 주력했다.

특히 그는 "올 2·4분기 성장률은 6.3%로 2012년 4·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내년 물가는 3%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며 "현재 3.25%인 기준금리는 매우 경기부양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강도 높은 매파적 발언으로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는 게 BNP파리바의 설명이다.

반면 이들 국가와 달리 일부 신흥국들은 방어막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올해 말 금융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키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도 정부의 경기부양 압력에 밀려 올 들어 두 차례나 금리를 낮췄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3일 "최악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연준이 내년 말과 2016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각각 3%, 5%로 급격히 올리면서 1980~1981년 이래 가장 빠르게 뛸 것"이라며 "대외부채 수요가 많은 반면 외환보유액은 적고 정부 정책과 정치가 취약한 일부 신흥국은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구체적으로 터키를 비롯해 몽골·우크라이나·엘살바도르·헝가리·레바논·자메이카 등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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