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연준 긴축 신호에 신흥국 통화 '경련'

터키·브라질 등 통화가치 약세… 외환시장 불안 고조

美 내주 출구전략 스케줄 가시화땐 '달러 썰물' 우려도

작년 같은 위기 상황 아니지만 일부 국가 타격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연준발 '금융 경련'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는 16~17일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조기 출구전략 시그널이 나올 경우 신흥국에서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 5월과 같은 '긴축 발작(taper tantrum)'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에서 강도 높은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취약 5개국(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1.51% 하락해 10일에는 3월 이후 가장 낮은 달러당 2.1975리라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이달 들어 2.72% 빠졌다.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통화가치도 이달 들어 각각 -2.35%, -0.63%, -1.18%의 변동률을 나타냈다.


투자자들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통화의 콜옵션과 풋옵션의 차이를 나타내는 '리스크리버설'이 한국 원화와 남아공 랜드화의 경우 7년 만에 최고에 달했다. 이는 이들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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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출구전략 조기 시행 가능성이 커졌고 이로 인해 지난해 5월 '긴축 발작'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신흥국들의 통화약세를 이끌고 있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 이후 구조적인 경상적자 등 경제 펀더멘털이 부실한 신흥국들은 달러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환위기 직전에까지 몰렸다.

지난해는 연준이 예방주사 차원에서 내보낸 구두경고였지만 이제는 미국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출구전략 스케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16~17일에 열리는 FOMC에서 채권 매입규모를 100억달러 감축한 후 다음달 나머지 150억달러를 마저 줄여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점점 무게가 실린다.

취약 5개국 등 이머징 국가들은 지난해 위기를 겪은 후 꾸준히 기준금리를 늘리는 등의 외환 썰물에 대비해 방벽을 쌓아왔지만 여전히 경상수지 적자 및 고물가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애버딘자산운용의 빅터 사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브라질·남아공·터키 등의 거시 경제는 지난해 대비 호전되기는 했지만 금융 경련이 시작되면 이미 한번 찍힌 낙인효과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도 "예상보다 신흥국 통화 약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위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무차별적인 대규모 매도보다는 취약국 위주의 약세가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경제여건이 탄탄한 멕시코나 아시아 국가들은 차별화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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