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는 자존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기자들이 그에게 전세계 프로기사 가운데 자신의 실력이 몇등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빅쓰리에는 들지 않을까요. 세계 제일은 이세돌이고 그 다음쯤은 되겠지요." 그러한 그가 제1국에서 이세돌에게 완승을 거뒀다. 제2국에서도 멋지게 이기고 우승까지 너끈히 할 기세가 충만해 보였다. 흑37이 불가피하여 일단은 흑이 후수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백도 어딘가 보강을 해야 한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의 백1이 정수라고 말하고 있었다. 흑은 6으로 끊는 축머리를 이용하려고 흑2, 4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백은 3, 5로 곱게 받아주어 충분하다. 뒤늦게 흑6으로 끊으면 축으로 몰지 않고 백7로 뛰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세돌은 그렇게 보강하지 않고 실전보의 백38로 지켰다. "흑더러 움직이라고 부추기는 것이지요. 흑이 2점을 움직이면 그 돌을 공격하면서 주도권을 휘어잡을 생각입니다."(김만수) "그렇다면 백38은 좋은 수라고 봐야 하나?"(필자)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못했어요. 막상 흑이 43으로 움직이니까 백이 도리어 거북하게 되고 말았거든요."(김만수) 역시 실전보의 백38로는 참고도1의 백1로 점잖게 지키는 것이 정수였다. 실전보 백38은 과욕이었으며 이 수로 인해 백이 고전하게 되었다. 백40은 이렇게 받아두는 것이 현명하다. 참고도2의 백1로 협공하는 것은 백13까지가 예상되는데 흑의 실리가 돋보인다. 흑51로 크게 날개를 펼치자 우상귀 방면이 시커멓다. 흑이 단연 앞선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