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B 코티피션 생태계 구축하자] 기업도 'IB 서비스' 가치 제대로 평가해줘야

M&A 돕는 보조자 취급이 경쟁력 하락 악순환 불러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은행(IB)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기업 경영진이 IB를 채권 발행이나 인수합병(M&A) 딜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실무 업무를 도와주는 보조자로 취급하면서 IB 업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업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내 IB 대표는 "기업들은 IB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공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IB 간 경쟁을 시켜 수수료를 낮추다 보니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낮아진 서비스 질이 기업의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값을 자꾸 낮추다 보니 수지를 맞추기 위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IB는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력이 줄면 양질의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이 수수료 1~2%포인트를 낮춰 푼돈을 남기기보다는 IB 딜을 제대로 성사시켜 더 큰 부가가치를 벌어들이는 전략을 짜지 못해 안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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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관리를 위한 나눠주기식 자문사 선정이나 바터 거래(증권사끼리 관계사 거래 물량을 서로 교환하는 것) 관행도 기업들의 IB에 대한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IB 업계 전문가들은 "IB 간에 서비스 차이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관심을 갖고 고객 관리를 하는 IB에 딜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기보다는 필요할 때 눈에 띄는 IB를 쓰면 된다는 생각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IB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구조조정 차원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분야에서 일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KDB대우증권이 크로스보더 딜을 강화하는 모습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그룹도 해외에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해외에서 M&A를 할 때 계열 증권사를 쓰지 않는 것이 국내 IB의 현실"이라며 "증권사들이 단기적인 수수료 경쟁에서 벗어나 기업이 원하는 정보와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축적해야만 제대로 된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B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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