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계에 신성(新星)이 두 개 떴다. '슈퍼 10대 아마추어' 김효주(17ㆍ대원외고2)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ㆍ한국명 고보경)가 그들이다.
먼저 리디아 고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15세4개월의 나이로 우승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LPGA 투어 62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자 43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을 일궈냈다. 리디아 고는 이미 1월 호주 대회에서 세계 최연소 프로골프대회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의 김효주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9타 차의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고 6월 산토리 레이디스오픈에서는 마지막 날 무려 11언더파 61타를 치며 JLPGA 투어 최연소 우승과 18홀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4위에 올랐다.
신기록 제조능력 외에도 둘은 비슷한 점이 많은 닮은 꼴이다. 김효주와 리디아 고는 각각 6세 때와 5세 때 일찍 골프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스윙과 강한 멘털(심리)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김효주는 '빅 이지' 어니 엘스(남아공)를 연상케 하는 자연스러운 스윙 리듬으로 드라이버 샷의 경우 평균 260야드 정도를 때린다. 리디아 고도 비슷하다. 리디아 고보다 43년 전 LPGA 투어 버딘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아마추어 선수로 우승했던 조앤 카너(73)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디아 고의 스윙은 물 흐르듯 부드러워 마치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 같았다"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플레이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김효주도 두둑한 배짱을 갖췄다. KLPGA 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김자영(21ㆍ넵스)은 23일 한국여자오픈에서 김효주와 처음 동반한 뒤 "침착하게 경기하는 모습이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스윙 기술 측면에서는 나란히 다운스윙 때 적극적인 골반 회전을 통해 하체가 리드함으로써 파워를 내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다르다. 2010년까지 각종 국제 아마추어 대회에서 두 선수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한연희 전 골프국가대표 감독은 "김효주가 안정적인 경기를 펼친다면 리디아 고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한다"고 평했다. 그는 "그동안 리디아 고의 쇼트게임 기량이 확연히 좋아졌다"면서 "그린 주변 플레이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핀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질랜드의 좋은 연습 환경에서 쇼트게임을 익힐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효주는 꾸준함이 강점이다. 26일 끝난 한국여자오픈 전까지 올해 출전한 10개의 국내외 프로 및 아마추어 대회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오버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김효주는 2010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선수권대회에서 뉴질랜드 대표팀으로 나선 리디아 고를 제치고 개인ㆍ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13일 끝난 US 여자아마챔피언십에서는 리디아 고가 우승한 반면 김효주는 16강에서 탈락했다. 향후 프로 무대에서 이들이 펼칠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