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주가상승과 한국의 내일/이천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특별기고)

요즈음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주가는 8천을 넘나들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 정보통신산업을 선도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을 다른 부문에 체화시키는데 크게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92년의 3천내외, 94년의 4천정도이던 이 산업평균주가가 3년간 급속 상승하여 8천을 넘나들게 되었다는 것은 소화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반면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주가가 떨어지고 통화가치가 속속 하락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으로부터 자금이 이탈하여 미국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미국 증권시장에는 지금 대단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과연 미국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거품을 예의 인지하여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최선의 시기를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놀라운 일은 아시아국가로부터의 자금이탈이 결코 잘못된 거시정책을 탓할수 없는 경제, 금융적으로 매우 안정된 경제인 홍콩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아시아로부터의 자금이탈」을 예증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초 외채위기시 대외채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로부터 자금이탈이 있자 당시 외채를 별로 지고 있지 않았으며 경제운영도 건실했던 콜롬비아로부터도 자금이탈이 있었다. 이 나라가 남미에 소재했다는 사유때문이었다. 작금 홍콩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은 다시 변덕스럽고 무사려한 국제자본 이동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로부터도 자본유출이 관찰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고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일단은 「아시아」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그런데 우리는 종래 세계은행으로부터 대단히 건실한 경제라고 평가받았고 또 엊그제는 미국의 싱크탱크 DRI로부터 마찬가지의 평가를 받은 나라다. 이런 점만을 본다면 우리로부터의 자금유출은 홍콩의 경우처럼 국제금융시장의 부화뇌동식 자금이동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보사태나 기아사태가 보여주듯 우리가 필요한 구조조정에 지지부진하고 있다는 점 또는 구조조정을 하려하나 내부적인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대단한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작금 자본거래면에서의 우리의 어려움은 단지 국제금융시장의 변덕스러움 때문만은 아니고 우리 내적인 취약성에도 기인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세계경제는 결국은 폐쇄경제다. 한곳으로 쏠렸던 자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이 점을 상기하면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편중은 멀지않아 교정될 것임을 즉각 예견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국제자금시장에 자금의 공급과잉이 있다는 BIS의 보고까지를 상기한다면 과잉 속의 편재가 대단히 속히 조정되리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멀지않아 아시아의 우등생인 우리는 다시 자금유입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자금이동에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맥을 놓고 기다릴 수 만은 없다.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한보나 기아사태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바 과다차입을 통한 과다투자 내지 무분별한 투자 관행을 어서 정돈해야 하겠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임금률 및 토지가격의 조정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겠다. 구조조정과정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활동에 최대한 접합시켜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해야 하겠다. 우리는 미국, 일본, 일부 유럽국가 등과 더불어 스스로 정보통신산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보화도 추구하는 지구상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다. 우리 정보화노력의 성과나 정보통신산업의 실상이 아직은 미일의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나 근자 벤처사업이 놀라울 정도로 대두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기술발전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이러한 변화를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단기적으로는 자본자유화 관련제도를 재점검하여 일부 아시아 국가들처럼 국제투기자본에 농락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우리의 자본자유화 체제는 단기자본의 무제한적 이동을 상당한 정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와 무제한적 자본이동이 소아적 이익을 올리려는 일부 금융기업의 균형잃은 목소리에 흔들리고 있다는 감도 없지 않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어려움을 피하려면 맹목적으로 자본이동의 파이프라인을 크게 하고 유출입속도를 가속시키는 액셀러레이터를 장치하는데 열을 올려서만은 안될 것이다. 더불어 자본유출입을 조절하는 브레이크를 확실히 갖추도록 해야 하겠다.

관련기사



이천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