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일본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을 들라면 이순신 장군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도 존경의 대상이 되지만 이순신 장군만치 이의없이 널리 존경받는 사람은 없다.
일본사람들은 이순신장군을 비교적 잘 안다. 지금부터 400여년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을때 일본군에 궤멸적 타격을 입힌 훌륭한 적장(敵將)으로서 기억하고 있다. 임진왜란에 대해선 일본사람들도 대부분 늙은 豊臣秀吉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노망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한국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순신장군같은 훌륭한 명장이 있어 나라를 구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백여년전 일본도 러시아의 막강한 발틱함대의 내습을 앞두고 온나라가 전전긍긍했다. 그때 일본연합함대를 이끌고 러시아 함대를 동해에서 격파하여 나라를 구한 명장이 東鄕平八郞(도고 헤이 하치로)제독이다.
東鄕원수는 지금도 구국의 영웅으로 온나라의 추앙을 받고 있다. 개선환영연에서 "당신은 영국의 넬슨 제독이나 한국의 이순신 장군에 버금가는 큰공을 세웠다"는 찬사를 듣고 東鄕 원수는 "영국의 넬슨 원수에 비유하는 것은 좀 과분해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의 이순신장군에겐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고 답했다 한다. 이유인즉 영국의 넬슨이나 東鄕 자신은 적의 침략에 대비하여 거국일치의 지원을 받아 물리쳤지만 이순신장군은 지원은 커녕 갖은 고초를 받아 가면서도 그만한 공을 세웠으니 거기엔 도저히 미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때 싸운 과정을 보면 눈물겹기 짝이 없다. 넬슨이나 東鄕처럼 전권을 갖고 해군을 총지휘하는 자리도 아니고 옆에서 시비거는 사람, 발목잡은 사람은 얼마나 많았는가. 전투중의 사령관을 잡아다가 옥에 넣기도 하고 삭탈관직하여 백의종군 시키기도 했다. 한창 전쟁중의 장군에게 그런 대접을 한 나라가 세계 역사상 또 있을까. 그런 어려움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지켜 승리를 이끌어낸 이순신장군을 東鄕은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東鄕 원수는 개선장군으로 귀환한 후 그야말로 군신(軍神)대접을 받으며 천수를 다한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명량해전에서 승리하고 개선했다면 군신 대접을 받으며 장명(長命)을 누릴 수 있었을까. 워낙 말썽많고 시비거리를 잘 만들던 당시 조정 사정을 생각할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순신 순국 400주년을 맞아 그분의 애를 끊는 고뇌가 다시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