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사회변화에 발맞추는 산업재해보험


산업재해란 근로자가 일을 하는 중에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게 된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위험한 기계나 장비를 다루는 업종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업병이나 과로ㆍ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근무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산재의 양상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유해 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질병을 얻게 되면 작업 환경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산재 여부를 결정한다.

근무환경 달라지며 산업재해 형태도 변화


사고에 따른 부상과 달리 질병은 산재 판정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산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그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작업 내용이나 유해한 작업 환경과 같은 작업장 내의 원인도 있고 근로자 본인의 생활 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다. 질병의 산재 인정 절차나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의 산재 여부를 판정하는 전문 의사들은 업무 연관성을 '있다' 또는 '없다'로 판단해야 하는 데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고 업무와의 관련성이 30% 정도이니 그만큼만 보상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하면 판정의 부담은 덜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불필요하게 산재 신청을 남발할 수 있고 오히려 충분히 치료받고 보상받아야 할 근로자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간다. 산재보험의 무과실책임주의에도 맞지 않는다. 과실 책임을 따지면 근로자 보호에 더 불리하다.


업무가 복잡하고 판정이 어렵다고 해서 제도의 근본 취지를 흐트러뜨릴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충분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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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업무상 질병의 판정 절차를 개선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질병의 인정 기준에 대한 범위를 확대하고 그 체계도 근로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개선안이 마련됐다.

이번에 마련된 개선안에는 개별적인 조사를 통해서 산재로 인정될 수 있었던 질병을 가급적 인정 기준에 명시해 구체화시켰다. 직업성 암의 유해 요인을 대폭 추가하고 호흡기 계통 질환이나 정신 질환의 인정 기준을 명문화했다. 만성 과로의 객관적 인정 기준도 개선했다. 오랜 기간 장시간 근로를 했던 근로자가 오히려 과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꾼 것이다. 또 인정 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면 산재 인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인정기준 대폭 확대로 근로자 보호 강화

이번 제도 개선은 질병의 산재 인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마련된 것이다. 제도가 정착되면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 제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것으로 제도 개선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여건이나 산재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처럼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개선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제도가 사회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외면받는다. 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불편함을 겪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더욱 완벽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 운영 주체와 이해관계자들의 계속적인 노력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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