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변칙의 성공

스콧 '대걸레 퍼터'·박도규 '집게 그립'등<br>선입견 깨고 자신만의 개성·장점으로 승화



애덤 스콧, 로버트 개리거스, 박도규, 김혜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소위 '정통'과는 거리가 있는 '변칙'의 기술을 지닌 골프 선수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변칙을 개성과 주무기로 승화시켰다. 최근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애덤 스콧(호주)은 대걸레 자루만한 길이의 퍼터를 사용했다. 대개 33~34인치를 쓰지만 스콧의 퍼터는 60인치(약 152㎝) 정도나 된다. 스콧은 손잡이 끝을 명치 위쪽에 왼손으로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스트로크를 한다. 지난 2009년 퍼팅 슬럼프를 겪던 그는 새로운 코치 브래드 말론의 권유에 따라 롱 퍼터로 바꿨고 올해 마스터스 2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롱 퍼터가 노인 전용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다. 규정상 금지되기 전까지는 불공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볼이 홀에 자주 들어가는 순간 그런 선입견은 금세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 현대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로버트 개리거스(미국)는 28인치(약 71㎝)짜리 '난쟁이 퍼터'를 사용한다. 180㎝가 넘는 키에 드라이버 샷 평균 312.6야드(3위)를 날리는 장타자가 어린이용 같은 퍼터를 잡고 상체를 잔뜩 숙인 자세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어깨 턴으로 스트로크를 하면서 손목을 쓰던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게 그의 말이다. 7일 한국프로골프 조니워커오픈에서 4년 만에 통산 4승째를 달성한 박도규(41)는 손목 사용을 막기 위해 10년째 '집게 그립'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마크 캘커베키아를 따라 시작했지만 이제 국내에서는 그를 기억하게 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변칙적인 스윙으로는 김혜윤(23ㆍ비씨카드)의 '스텝 스윙'이 대표적이다. 양발을 모은 채 어드레스를 취한 뒤 오른발을 뒤쪽으로 옮기면서 백스윙을 하고 왼발을 타깃 방향으로 내디디면서 다운스윙을 해 스텝을 밟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중학교 시절 또래보다 짧았던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릴 요량으로 연습 삼아 시작했다가 실전용으로 바꿨다. "처음엔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 내 상징이 됐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스윙 리듬감 유지와 체중 이동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2003년 US오픈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16승을 거둔 짐 퓨릭(미국)의 '8자 스윙'과 통산 5승 중 2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존 댈리(미국)의 극단적인 오버 스윙도 정통 스윙과 거리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배운 퓨릭은 클럽을 가파르게 빼냈다가 평탄한 각도로 내려오는 동작 때문에 보기엔 불편하지만 임팩트 구간에서는 샤프트를 어드레스 때와 같은 각도로 만들기 때문에 일정하고 정확하게 볼을 때려낸다. 레슨서적의 고전인 '리틀 레드북'에서 하비 페닉은 "두려운 상대는 정확하지 않은 그립과 스윙을 가지고도 당신과 비슷한 수준까지 와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결함을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스코어 관리에도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칙의 성공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결점과 주위의 시선을 이겨낸 피나는 노력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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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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