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달 숫자로 연간 통계 가리려는 국민연금공단

지난해 이후 계속 감소하던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지난달에 1,118명 늘었다고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밝힌 수치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면서 탈퇴했던 가입자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친절한 분석까지 덧붙였다. 임의가입은 전업주부와 같이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노후를 위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제도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의 척도로 평가된다. 공단의 설명만 들으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곧이곧대로 믿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지난해 말 임의가입자 수는 2012년에 비해 3만명 넘게 줄어든 17만7,569명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최소 3만명 이상씩 늘어온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자발적 탈퇴자 수도 2만8,000명으로 이전보다 2~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단은 이러한 감소추세에 대해 지금까지 '통상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을 쏙 뺀 채 이제 겨우 한달 늘어난 것을 놓고 정부에 대한 신뢰 운운했다.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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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타이밍도 절묘하다. 이달 열린 임시국회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정부 안을 이번에는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는 여당과 연계불가를 외치며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 간의 격전이 예상된다. 민감한 시기에 공단이 서둘러 정부에 유리한 자료를 발표한 것을 두고 객관적이라고 평가할 이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이러니 국민이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엄연히 국민이 노후를 위해 일시적으로 맡긴 자금을 보관, 운용하는 곳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선전과 홍보는 어디에도 끼어들 틈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금고갈 위험에 국민의 보험료 부담과 노후불안이 커질 판이다. 정책홍보에 나설 여력이 있다면 연금을 한푼이라도 더 주는 데 쏟아붓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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